NH농협손해보험이 농작물재해보험 가입 증가에 힘입어 실적이 개선됐지만 농작물재해보험의 손해율이 높아 안심할 수 없다.
손해율 관리 측면에서 올해 농작물재해보험의 보상수준이 조정됐지만 농민들이 반발하고 있고 정책보험이라는 특성상 보상수준이 다시 높아진다면 NH농협손해보험 실적에 부담을 줄 수 있다.
5일 NH농협손해보험에 따르면 농작물재해보험의 가입이 증가하면서 1분기 실적 회복에 도움이 됐지만 재무적 불안요소를 함께 지니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농작물재해보험은 자연재해에 따른 농작물 피해를 보상해 농업인의 경영불안 해소 및 소득 안정을 도모하기 위한 정책보험이다. NH농협손해보험이 독점 운영하고 있으며 판매채널도 지역 농·축협에 한정돼 있다.
농작물재해보험은 NH농협손해보험이 계약자로부터 직접 거두는 원수보험료의 20%가량을 차지하는 중요한 보험상품이다.
올해 1분기 농작물재해보험 원수보험료는 3484억 원으로 2019년 1분기 1857억 원보다 2배 가까이 늘었다. 1분기 기준 전체 원수보험료 증가분의 73.1%가 농작물재해보험에서 발생했다.
NH농협손해보험은 올해 1분기 순이익 89억 원을 냈다. 지난해 1분기보다 345% 증가했다.
농작물재해보험의 가입 증가는 NH농협손해보험의 실적 회복에 도움이 됐지만 농작물재해보험의 손해율을 두고 우려하는 시선도 있다.
농작물재해보험의 손해율이 높아 판매할수록 손해를 보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2019년 농작물재해보험 손해율은 185%로 집계됐다. 들어온 보험료의 1.8배가 넘는 금액을 보험금으로 지급한 셈이다.
기록적 폭염으로 농작물재해보험 보험금 지급이 늘어났던 2018년 NH농협손해보험의 순이익은 20억 원으로 2017년보다 245억 원이 감소하기도 했다.
올해 농작물재해보험의 보상률이 조정돼 부담을 덜기는 했지만 농업인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농작물재해보험 손해율을 낮추기 위해 열매솎기(적과) 전 발생한 재해에 따른 보상 수준을 종전 80%에서 올해 50%로 낮췄다.
또 농작물재해보험에 농민 과실 부분을 신설해 한번이라도 보험금을 받은 농가는 최대 20%까지 보상금을 깎도록 방침을 세웠다.
실제로 농가가 100% 피해를 입었다고 해도 보상률과 자기과실률이 적용돼 최대 50%에서 최소 30%밖에 보상을 받을 수 없게 됐다.
농업인들은 이에 반발해 보상률을 원래 수준으로 되돌려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최근 농협 사과전국협의회를 비롯한 8개 과수류 품목별생산자협의회 회장단과 전국 17개 시도의회 의장단은 ‘농작물 재해보험 보장수준 상향’을 주장하며 농림축산식품부에 항의했다.
전국농민회총연맹은 3일 농림축산식품부가 있는 정부세종청사 앞에서 ‘냉해 피해 특별대책 촉구 및 농작물재해보험 전면 개정을 위한 농민대표자 기자회견’을 열고 농작물재해보험 보상률 등의 개선을 요구하기도 했다.
올해 초 개화기에 갑작스런 저온현상으로 많은 과수농가가 냉해를 입었지만 개정된 보험약관을 적용하면 보상이 부족하다고 주장한다. 당시 청송지역 4천여 사과농가 가운데 3800 곳이 넘는 농가가 피해를 입은 것으로 조사됐다.
농업인들의 요구가 거세지고 정부가 이를 받아들여 내년도 농작물재해보험의 보상률 등을 다시 조정한다면 농작물재해보험 가입이 증가하는 추세여서 NH농협손해보험에 부담을 줄 수 있다.
농작물재해보험이 자연재해에 따른 농작물 피해를 보상해 농업인의 경영안정을 돕는 것이 목적인만큼 농업인의 목소리를 무시하기도 힘들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연초 농업재해보험심의회를 개최해 해당 연도의 농업보험 사업계획을 결정한다. NH농협손해보험, 농업정책금융연구원 등이 참여한다.
NH농협손해보험 관계자는 “올해는 개정 약관이 이미 적용돼 중간에 약관 변경은 불가능하다”며 “정책보험 특성상 농민들의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 힘쓰며 농작물재해보험과 관련해 요구사항이 있다면 정부와 협의를 통해 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남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