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왼쪽부터)조윤제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위원(금통위원), 고승범 금통위원, 주상영 금통위원, 서영경 금통위원. <사진=연합뉴스> |
한국은행이 5월 기준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코로나19 여파로 수출이 큰 타격을 받고 있는 데다 소비자물가가 0%대로 내려앉으면서 디플레이션(경기가 침체되고 물가가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현상) 우려도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21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한국은행은 28일 금융통화위원회 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결정한다. 이번 금통위는 금통위원 7명 가운데 3명이 바뀐 뒤 열리는 첫 회의다.
보통 금통위원이 대거 교체되면 한동안 신중한 태도를 보이지만 이번에는 경제상황을 감안해 적응기 없이 기준금리를 인하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시장에서 5월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을 높게 보는 이유는 수출이 급감한 데다 당분간 이런 추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4월 수출은 지난해 4월과 비교해 24.3%나 감소했다. 미국과 유럽연합(EU)이 언제 정상화 단계에 접어들지 예상하기 어려워 불확실성도 높다.
물가가 4월 다시 0%대로 주저앉은 것도 기준금리 인하에 힘을 실어준다. 4월 소비자물가지수는 지난해 4월보다 0.1% 상승하는 데 그쳤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2020년 상반기 경제전망’을 통해 “통화정책은 코로나19에 따른 경기와 물가 하방압력에 대응해 가급적 이른 시기에 기준금리를 0%에 충분히 가까운 수준으로 인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최근 현대차증권이 국내 주요 12개 증권사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올해 추가 기준금리 인하를 예상하는 곳은 9곳, 동결을 예상하는 곳은 2곳, 인상을 예상하는 곳은 1곳으로 나타났다.
인하시기가 언제가 될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는 7곳이 5월이라고 대답해 절반을 넘었다.
오창섭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5월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을 주목하는 이유는 5월 한국은행이 내놓을 경제전망치가 대폭 하향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금통위원들의 통화정책 성향이 금리 인하를 지지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은행 금통위원은 7명이다. 이 가운데 3명이 4월 교체됐다. 비둘기파로 분류되던 2명과 매파로 분류되던 1명이 떠났다.
5월 새롭게 참여하는 금통위원은 조윤제 위원, 주상영 위원, 서영경 위원이다. 아직까지 이들이 어떤 성향인지 뚜렷하게 판단하기는 이르지만 조 위원과 주 위원은 친정부적 인사라는 점에서 비둘기파로 보는 시각이 많다.
서 위원을 놓고는 의견이 엇갈린다. 대한상공회의소를 거쳤다는 점에서는 비둘기적 성향이 예상되지만 한국은행에서 20년 이상 근무했다는 점에서는 매파적 성향일 것으로 예상하는 의견도 있다.
한국은행 출신들은 대체로 금융시장 안정을 중시하고 통화긴축정책을 선호한다. 과거 한국은행 출신 금통위원들도 대체로 매파적 성향을 보였다.
다만 성향으로 금리를 예상하는 것이 큰 의미가 없다는 시각도 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역시 총재에 오르기 전에는 공개적으로 매파적 발언을 하는 등 매파로 분류됐으나 총재가 된 뒤에는 여러 차례 기준금리를 내렸다.
한국은행이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의 효과를 지켜보고 신중한 행보를 보일 것이라는 의견도 일각에서 나온다.
정부는 14조 원가량의 재난지원금을 투입했다. 아직까지 정확한 통계를 내기는 어렵지만 동네 마트와 편의점, 음식점 등을 중심으로 어느 정도 효과가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5월 기준금리가 동결되더라도 올해 한 차례 이상 기준금리를 인하할 수도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한국은행이 올해 3분기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내린 뒤 내년 1분기에 0.25%트 추가로 인하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에 앞서 한국은행은 3월 임시 금통위를 열어 기준금리를 연 1.25%에서 사상 최저 수준인 0.75%로 인하했다. 4월 금통위에선 기준금리를 동결했지만
이주열 총재는 기자간담회에서 “여력이 남아 있다”고 말해 추가 인하여지을 열어뒀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