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대한항공 안팎의 말을 종합하면 조원태 회장은 코로나19 자구책 논의 과정에서 직원들 피해를 최소화하라는 지침을 전달하고 노동조합들과 최장 6개월 유급휴직을 하는 방안을 협의하고 있다.
대한항공은 현재 코로나19 확산으로 보유한 항공기의 90%를 운항하지 못하고 있다.
외국인 조종사 390명을 대상으로 3개월 동안 무급휴가를 의무적으로 부여할 정도로 어려운 경영환경에 직면하고 있다.
대외적 항공업황도 최악의 상황을 보이고 있다.
한국항공협회에 따르면 3월 국내와 국제선을 합한 항공여객 수는 174만3583명으로 1997년 1월 통계집계를 시작한 이래 가장 적은 숫자를 보일 정도로 악화돼 있다.
하지만 조원태 회장으로서는 이런 최악의 경영환경에도 불구하고 한진칼 사내이사 재선임에 힘을 보태준 직원들에게 '보은'해야 하는 빚도 안고 있다.
대한항공 노동조합은 그동안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과 KCGI 및 반도그룹 주주연합(주주연합)에 맞서 조원태 회장을 지지해왔다.
조원태 회장이 대한항공의 모회사인 한진칼 주주총회에서 사내이사에 선임된 이후에도 입장문을 내며 조원태 회장을 향한 지지를 유지하는 모습을 보였다.
대한항공 노동조합은 최근 입장문에서 “직원들과 현재 경영진 모두 생존을 위해 각자의 위치에서 전력을 다하고 있고 노동조합도 여기에 앞장서고 있음을 자부한다”며 “KCGI를 비롯한 주주연합은 더 이상 한진그룹과 대한항공 경영에 간섭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조원태 회장은 이 때문에 한진칼 정기 주주총회 이후 낸 입장문에서 지지와 성원을 보내준 한진그룹 전 임직원들과 노조 관계자에게 이례적인 감사인사를 전하기도 했다.
조원태 회장이 이번에 대한항공 전체 직원을 대상으로 유급휴직을 검토하는 것은 한진그룹 경영권 분쟁과 코로나19 위기를 거치며 고생을 함께 한 직원들의 노고를 고려하고 어려운 항공업황도 헤쳐 나갈 대책을 모색하던 중 절충안을 찾은 것으로 풀이된다.
또한 정부의 지원정책도 한몫을 한 것으로 판단된다.
항공업계에 따르면 유급휴직은 통상 임금의 70% 수준이 지급되는 데 이 가운데 절반은 정부의 고용유지 지원금으로 채워질 수 있다.
조원태 회장으로서는 최장 6개월 유급휴직으로 인건비 절감이라는 효과를 누리면서 직원들의 어려움도 해결할 수 있는 묘수를 찾은 것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한진그룹 경영권을 노리고 있는 주주연합이 지속해서 지분을 늘리고 있는 점도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주주연합은 한진칼 주주총회가 끝난 뒤에도 한진칼 경영권 분쟁과 관련해 장기전을 선언하면서 주요 주주인 KCGI 산하 투자목적회사(SPC)를 통해 한진칼 주식을 꾸준히 사모으고 있다.
KCGI 산하 투자목적회사인 그레이스홀딩스는 최근 한진칼 주식 2만5290주를 추가 매입했고 타코마앤코홀딩스는 한진칼 주식 20만5273주를 사들였다. 헬레나홀딩스도 한진칼 주식 13만4807주를 매수했다.
이로써 주주연합은 한진칼 지분을 기존 42.13%에서 42.74%로 늘린 반면 조원태 회장의 우호지분은 41.15%에 그치는 것으로 추산된다.
조원태 회장으로서는 주주연합의 경영권 분쟁 장기전 준비에 맞서 여전히 임직원들의 지지를 필요로 하는 상황을 맞고 있는 것이다.
대한항공을 비롯한 한진그룹 직원들은 최근 한진그룹 경영권 분쟁과 관련해 ‘한진칼 주식 10주 사기 운동’을 벌여올 정도로 조원태 회장을 향한 지지의사를 표시해왔다.
현재 대한항공 사측과 노동조합은 전체직원을 대상으로 6개월 유급휴직과 관련해 막바지 협의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대한항공 노동조합 관계자는 “노동조합에서 유급휴직과 5월 상여금을 고려해 달라는 의견을 전달했고 회사에서 긍정적으로 받아들였다”며 “현재 6개월 유급휴직과 관련해 대한항공 노조와 협의는 마무리 단계에 있고 조종사노조 및 대한항공 직원연대와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장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