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삼성화재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이르면 1분기 안에 디지털손해보험사 설립을 위한 예비인가를 금융당국에 신청할 것으로 보인다.
예비인가를 받으면 이후 본허가 신청과 획득 등의 후속절차를 밟아야 한다.
본허가를 신청하고 본허가를 받기까지 길게는 1년가량이 걸린다. 최 사장이 올해 임원이사에서 유임된 만큼 임기가 끝나는 2021년 3월 이전에 디지털손해보험사 출범이 이뤄질 수 있도록 힘을 쏟을 것으로 전망된다.
카카오와 디지털손해보험사 설립은 최 사장이 직접 나서서 주도적으로 추진한 사업인 만큼 임기 안에 마무리 짓기를 바라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 사장은 보험업황 악화에 대응하기 위해 올해 경영 키워드로 '디지털'을 강조하고 있다. 이에 따른 구체적 실행방안이 디지털손해보험사 설립이다.
새로 설립되는 디지털손해보험사는 카카오페이가 경영권을 지니고 삼성화재와 카카오가 전략적 투자자로 참여하는 방식이다.
카카오의 플랫폼을 활용해 개인의 일상생활과 관련한 ‘생활밀착형 보험상품’을 선보인다.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고객 맞춤형으로 보험상품을 제공하기도 한다.
카카오는 인공지능 기술과 각종 콘텐츠를 접목할 수 있는 보험상품 등이 필요하고 삼성화재로서는 보험상품을 유통하기 위한 인공지능 기술과 플랫폼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것으로 풀이된다.
최 사장이 디지털과 함께 제시하는 다른 경영 키워드는 ‘글로벌’이다.
최 사장은 삼성화재의 미래 전략으로 글로벌 보험사로 전환을 꼽는다.
삼성화재는 2019년 9월 영국 로이즈시장의 캐노피우스에 1억5천만 달러(약 1700억 원)를 투자해 전략주주로 경영에 참여하는 지분투자를 마쳤다.
삼성화재는 글로벌 보험사로 거듭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올해는 주요 주주로서 이사회에 참여하며 선진 보험사로서 운영역량을 키우고 글로벌 보험시장에서 다양한 전략적 협업을 진행하는데 힘을 쏟는다.
로이즈시장은 런던을 중심으로 세계 80개 나라에서 테러·납치·예술품·전쟁·신체·공연 등 고도의 특화된 리스크를 보상·관리해주는 배상보험이다.
이에 앞서 최 사장은 삼성그룹의 계열사 성과평가에서 2019년 실적악화를 이유로 B등급을 받아 중도하차하는 것 아니냐는 시선을 받았다.
삼성화재는 2019년 3분기 누적 순이익 5859억 원을 내 2018년 3분기보다 35.1% 줄어들었다. 영업이익도 2018년 3분기 누적 1조2900억 원에서 2019년 3분기 8593억 원으로 떨어졌다.
보험업계의 한 관계자는 “디지털과 글로벌은 보험업계 공통의 관심사이기도 하다”며 “최 사장이 중도하차 리스크에서 벗어난 만큼 삼성화재의 미래를 위한 초석을 다지는데 힘을 쏟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삼성그룹은 내부적으로 계열사 CEO 임기 마지막 해의 실적이 연임 여부에 중요하게 고려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디지털 손해보험사 설립이나 해외진출 등의 사업은 장기적으로 바라봐야 하는 만큼 사업 추진의 연속성을 담보하기 위해 최 사장이 내년 연임을 노려볼 여지도 충분하다.
보험업황이 악화하는 상황에서 단기 실적도 중요하지만 미래 먹거리를 준비하는 사업의 중요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최 사장은 삼성그룹의 인사원칙 가운데 하나인 ‘60세 퇴진 룰’에서도 비교적 자유로운 편이다. 1963년 태어나 올해 57세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남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