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바이오업계에 따르면 서 회장이 1년 만에 셀트리온의 중국 진출계획을 바꾼 점을 놓고 그 배경을 궁금해 하는 시선이 늘고 있다.
셀트리온은 세계 2위 의약품시장인 중국에 12만 리터급 바이오의약품 생산시설을 건설해 직접진출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를 위해 앞으로 5년 동안 설비투자에 6천억 원 이상 투입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서 회장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홍콩기업 난펑그룹과 손잡고 합작법인 ‘브이셀헬스케어’를 설립해 중국 의약품시장에 진출하는 방안을 추진했다. 하지만 최근 직접진출하는 것으로 계획을 전면 수정했다.
셀트리온 관계자는 “난펑그룹과 합작법인을 세워 중국에 진출하는 방안은 결렬됐다”며 “계획이 바뀐 구체적 이유는 밝히기 어렵다"고 말했다.
바이오업계는 서 회장이 계획을 수정한 것을 두고 셀트리온이 중국시장에 직접진출해도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판단했을 것으로 바라본다.
셀트리온은 의약품 개발, 생산, 판매까지 바이오의약품사업에서 수직계열화를 이루고 있다. 따라서 중국 현지기업과 협력을 반드시 할 필요는 없다.
다만 제품 판매를 위한 네트워크 구축이 가장 큰 걸림돌인데 서 회장은 중국에도 직접판매를 위한 네트워크를 구축한다는 계획을 세운 것으로 파악된다. 최근 유럽과 미국에 직판체제를 구축하고 있는 것과 궤를 같이 하는 것이다.
셀트리온이 중국에 직접진출하는 데 성공한다면 합작회사를 설립하는 것보다 수익성이 대폭 높아질 수 있다. 셀트리온은 영업이익률이 2017년 55%에서 2018년 34.5%까지 떨어졌고 2019년에는 30.1%까지 낮아졌을 것으로 추산돼 수익성 개선이 요구되고 있다.
최근 중국 정부가 바이오분야 기술력을 보유한 외국기업의 중국 진출을 장려하고 있다는 점도 서 회장이 직접진출을 선택한 원인 가운데 하나로 보인다.
중국 국가약품감독관리국(NMPA)은 2017년 10월 해외에서 진행한 임상 데이터를 중국에 그대로 적용할 수 있도록 규정을 변경해 외국기업들이 중국에서 임상에 필요한 기간이 기존에 비해 1~2년 줄었다. 최근에는 의료보험이 적용되는 복제약을 늘리고 외국기업에 세제 혜택 또는 연구개발 투자지원 등 관련 보상책을 단계별로 마련했다.
바이오업계의 한 관계자는 “중국 정부의 규제완화로 바이오의약품 생산공장 인허가도 빨리 난다”라며 “특히 올해부터 중국이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 처방을 대폭 확대한다는 방침을 세우고 있어 셀트리온에게 유리한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중국에 직접진출하는 것은 막대한 투자가 필요한 만큼 당장의 셀트리온 실적에는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서 회장은 중국 공장의 설비투자에만 6천억 원 이상을 쏟아붓는다는 계획을 세웠는데 바이오시밀러의 임상시험, 직판체제 구축 등까지 고려하면 훨씬 많은 비용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때문에 중국 바이오의약품시장에 안착하지 못한다면 리스크도 클 수밖에 없다.
바이오업계 관계자는 “서 회장이 이제 막 개화하는 중국 바이오시밀러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공격적 전략을 세운 것으로 보인다”며 “국내 기업들이 중국 현지기업과 합작사를 세워 중국에 진출했던 것과 비교하면 이례적이지만 그만큼 성공했을 때 얻을 수 있는 것이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