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구 사장이 기존 기업사업부문과 글로벌사업부문을 통합한 기업부문의 부문장에 박윤영 사장을 앉힌 것은 KT의 B2B사업을 강화하기 위한 의지의 표현으로 풀이된다.
박 사장은 이번 임원인사를 통해 KT 본사에서 유일하게 구 사장과 같은 직급에 올라 있는 임원이 됐다.
KT가 지금까지 유례없던 ‘투톱 체제’를 맞이하게 된 셈이다.
구 사장이 같은 직급의 박 사장에게 B2B사업을 맡긴 것은 ‘5G통신’의 새로운 먹거리로 성장 잠재력이 매우 크다고 봤기 때문이다.
구 사장은 박 사장과 다음 대표이사 자리를 놓고 경쟁했으나 B2B사업의 중요성을 고려해 '발탁'한 것으로 보인다.
박 사장은 최근까지 KT의 기업사업부문을 맡아 B2B사업 활성화에 힘써왔다. 특히 5G통신 상용화 원년인 2019년에는 현대중공업, 삼성의료원과 협약을 맺고 5G통신을 활용한 B2B사업에서 여러 가지 성과를 내기도 했다.
박 사장은 글로벌사업부문과 통합된 기업부문을 이끌며 국내 시장에서 거둔 성과를 세계시장으로 넓혀가는 데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인사 및 조직개편에서 AI/DX융합사업부문 신설도 주목된다.
AI/DX융합사업부문은 5G통신과 인공지능(AI), 빅데이터, 사물인터넷(IoT)등 첨단 기술을 결합해 새로운 사업모델을 만들어내는 역할을 담당하는 부서다. 특히 부서 이름에 인공지능을 넣은 만큼 KT는 앞으로 인공지능 기술의 고도화와 이와 관련된 사업모델 발굴에 힘을 쏟을 것으로 보인다.
구 사장은 AI/DX융합사업부문 부문장에 전홍범 부사장을 앉히면서 최고디지털혁신책임자(CDXO)라는 직책도 신설했다.
전홍범 부사장은 KT인프라연구소 소장, 융합기술원 원장 등을 거치며 KT의 인공지능 기술 개발을 주도했던 인물이다. KT의 인공지능사업 강화와 관련된 구 사장의 의지를 보여주는 인사인 셈이다.
B2B사업과 인공지능 사업이 모두 황창규 회장이 강조했던 사업이라는 점을 살피면 이번 인사와 조직개편을 구 사장이 황 회장의 사업기조를 이어가겠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황 회장은 그동안 KT의 미래상을 글로벌 플랫폼사업자로 규정하고 B2B사업을 끊임없이 강조했다.
황 회장은 2019년 11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드림포스 2019’ 행사에서 “5G통신시대에는 B2C(고객 대 소비자)보다 B2B서비스의 가능성이 훨씬 클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2019년 3월 도쿄에서 열린 ‘B20 서밋’에서는 “5G통신서비스의 90%가 B2B 영역에서 이뤄진다”고 말하기도 했다.
인공지능 전문기업도 황 회장이 제시한 KT의 미래상이다.
황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KT를 5G통신 기반의 인공지능 전문기업으로 만들어 내 언제 어디서나 인공지능을 누릴 수 있는 세상을 주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2019년 10월 임직원들에게 보낸 ‘CEO의 편지’에서도 “KT는 그 동안 단단하게 다져온 기술과 경쟁력을 바탕으로 인공지능기업으로 완벽하게 변신해야 한다”며 “5G통신 기반의 혁신적 인공지능 플랫폼을 통해 모든 고객과 국민에게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자”고 말하기도 했다.
KT 관계자는 “이번 조직개편과 인사는 ‘고객에게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가는 서비스’를 목표로 진행된 것”이라며 “철저하게 고객에게 초점을 맞춰 조직을 변화시키겠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윤휘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