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내 보험업계가 영업환경 악화, 새로운 국제회계기준 도입, 디지털 전환 등 유례없는 큰 변화를 겪으면서 새 인물을 통해 분위기 쇄신을 이루려는 회사들도 늘어나고 있다.
보험사는 금융권의 다른 업권과 비교해 장수 CEO들이 많은 편이다.
보험상품의 주기가 긴 탓에 이에 걸맞은 장기적 비전을 갖춘 인물이 선호된다. 보험사 대표이사 연령대도 다른 산업보다 높은 편이었다.
그러나 최근 들어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다.
이철영 부회장과 함께 보험업계 대표적 장수 CEO로 불리던 차남규 전 한화생명 대표이사 부회장이 지난해 말 물러난 데 이어 최근 박윤식 한화손해보험 대표이사 사장도 3월 주주총회를 끝으로 회사를 떠나는 것으로 전해졌다.
차 전 부회장은 8년 동안 한화생명을 이끈 인물이다. 박 사장 역시 7년 동안 한화손해보험 수장 자리를 지켰다. 차 부회장은 1954년, 박 사장은 1957년 태어났다.
두 사람 모두 실적 부진, 후진 양성, 분위기 쇄신의 필요성 등이 종합적으로 거취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한화생명의 지난해 1~3분기 순이익은 1543억 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60%나 줄었다. 한화손해보험은 더욱 심각하다. 같은 기간 순이익이 155억 원에 그쳐 전년 동기보다 81.2%나 급감했다.
두 회사 주가 역시 1년 전의 반토막 수준으로 떨어졌다.
차 전 부회장과 박 사장 모두 베테랑 경영인이라는 점에서 ‘전쟁 중에는 장수를 바꾸지 않는다’는 기조가 유지될 가능성도 제기됐지만 ‘안정’보다는 인적쇄신을 통한 분위기 전환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자연스럽게 관심은 이 부회장에게 몰리고 있다.
이 회장은 2007년 처음 현대해상 대표이사에 올랐다. 중간에 3년 동안 회사를 떠나있던 시기를 제외하고도 10년 동안 현대해상을 이끌고 있다. 1950년 태어나 보험업계는 물론이고 전체 금융권을 통틀어도 나이가 많은 편이다. 이 부회장의 임기는 3월에 끝난다.
현대해상 역시 지난해 실적이 크게 악화했다. 다만 한화생명, 한화손해보험보다는 감소폭이 작다. 지난해 1~3분기 현대해상의 순이익은 2362억 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33.9% 줄었다. 현대해상 주가도 맥을 못 추고 있다. 1년 전과 비교해 35% 이상 하락했다.
다만 보험사들의 실적 악화가 외부요인의 영향이 컸던 만큼 CEO 교체가 정답은 아니라는 점에서 이 부회장이 자리를 유지할 가능성도 있다. 이 부회장이 단독으로 현대해상을 맡은 지난해 하반기에는 현대해상 실적이 개선된 점도 연임에 긍정적이다.
이 부회장이 자리를 유지하면서 새로운 인물이 대표이사에 올라 각자대표체제로 돌아갈 가능성도 높다. 현대해상은 2013년부터 지난해 6월 말까지 각자대표체제를 유지해왔으나 박찬종 사장이 돌연 퇴임하면서 반 년 넘게 단독대표체제를 이어오고 있다.
이 부회장의 새 파트너로는 조용일 총괄사장이 유력하다. 조 총괄사장은 1958년 태어나 2018년 말 사장으로 승진한 데 이어 지난해 말부터는 총괄사장을 맡아 현대해상의 대내외 업무를 총괄하고 있다.
이 부회장이 물러나고 조 총괄사장이 단독으로 회사를 이끌 가능성, 조 총괄사장이 이성재 총괄부사장과 각자대표체제로 회사를 이끌 가능성 역시 제기된다. 이성재 총괄부사장은 2018년 말 부사장으로 승진했고 지난해 말부터는 총괄부사장을 맡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