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감정원이 주택청약 업무를 넘겨받기로 했지만 법개정을 놓고 국회 공전으로 진척을 보지 못하고 있다.
업무 수행에 필요한 주택법 개정안이 의결되지 못하면 앞으로 주택청약시장에서 차질이 빚어질 수도 있다.
▲ 한국감정원의 주택청약 업무 이관에 필요한 주택법 개정안이 18일 현재까지 국회에 머물러 있다. 사진은 세종시의 한 아파트 견본주택을 방문한 주택청약 신청자들의 모습. <연합뉴스> |
18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함진규 자유한국당 의원이 5월 대표발의한 주택법 개정안이 의결되지 않는 이상 한국감정원은 주택청약 업무 수행에 필요한 개인금융정보를 취급할 수 없다.
현재는 금융결제원이 웹사이트 ‘아파트투유’를 통해 신규 주택청약 신청, 청약모집 아파트나 오피스텔 등의 입주자 선정, 부적격 청약 관리 등을 수행하고 있다.
한국감정원은 2020년 2월1일부터 주택청약 업무를 맡는다. 이를 위해 금융결제원으로부터 주택청약 관련 정보를 넘겨받고 있다.
새로 구축하는 주택청약 신청시스템의 모의시험도 지금까지 일곱 차례나 진행했다.
현재는 신청자가 주택 소유 여부와 무주택기간 등의 청약가점 항목정보를 직접 입력해야만 한다. 신청자가 정보를 잘못 입력하면 부적격 청약자로 취급돼 주택청약 당첨이 취소된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2017년 부적격 청약건수 2만1804건 가운데 66.4%(1만4497건)가 청약가점 항목정보를 잘못 입력하는 등의 단순 실수로 확인되기도 했다.
이를 고려해 한국감정원은 청약자격 사전검증을 주택청약 신청시스템에 적용하기로 했다. 신청자 본인의 청약가점 관련 정보를 제공해 부적격 청약 문제를 사전에 막는 방식이다.
다만 한국감정원이 청약자격 사전검증을 제대로 제공하려면 국토교통부의 주택 소유정보와 행정안전부의 주민등록정보를 연계해야 한다.
현재 법적으로 문제없는 정보들은 이관이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한국감정원은 금융실명제법으로 보호받는 청약통장 가입자의 금융정보를 다룰 수 없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한국감정원이 금융기관에 입주자 저축정보 등을 요구할 수 있는 내용의 주택법 개정안이 대표발의됐다.
그러나 주택법 개정안은 아직도 의결되지 못하고 있다. 여야가 계속 충돌하면서 국회도 공전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감정원은 본래 10월부터 주택청약 업무를 수행할 예정이었지만 주택법 개정안 문제를 고려해 시행시기를 2020년 2월로 미뤘다.
주택법 개정안이 12월 초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 문턱을 넘어서기도 했다. 그러나 다음 절차인 법제사법위원회와 본회의가 언제 열릴지는 불확실하다.
한국감정원은 주택법 개정안이 의결돼야 모든 정보를 넘겨받아 주택청약 신청시스템을 1월에 최종 테스트할 수 있다.
예정기간은 3주 정도이지만 주택법 개정안 의결이 늦어질수록 최종 테스트 기간도 짧아진다. 그만큼 새로 구축되는 주택청약 신청시스템의 안정성에 문제가 생길 가능성도 높아진다.
주택법 개정안이 연내에 의결되지 않으면 2020년 1분기 주택청약시장이 사실상 마비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금융결제원이 2019년 12월31일까지만 신규 주택청약 신청을 받는 문제도 있다. 2020년 1분기에 분양가상한제(2020년 4월30일 시행)를 피하려는 분양물량이 쏟아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한국감정원 관계자는 “주택청약 업무를 수행할 인력을 갖췄고 대규모 분양물량에 따른 청약 증가상황에도 대비하고 있다”며 “지금은 주택법 개정안의 의결만 기다리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