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낙연 국무총리가 28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
이낙연 국무총리가 내년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의 선거대책위원장을 맡을 가능성이 나온다.
총선에서 핵심 역할을 맡아 민주당에서 입지를 다지는 정치적 선택을 할 것으로 보인다.
이 총리는 28일 총리직 재임 881일을 맞아 1987년 대통령 직선제 개헌 이후 최장수 총리가 됐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이 총리가 오랜 기간 총리로서 역할을 수행해온 만큼 총리 다음의 정치적 행보에 시선이 몰린다.
이 총리의 행보를 놓고는 결국 다음 대통령선거가 목표라는 것이 정치권의 지배적 시각이다.
이 총리가 지난해부터 1년 넘게 대선후보 지지도 조사에서 꾸준하게 1위를 지켜오면서 점점 이 총리의 대통령선거 출마는 힘을 받고 있다.
이 총리 본인도 여러 차례 대선 출마와 관련된 질문을 받고 부정하는 답변을 내놓은 적이 없다. 아닌 것은 아니라고 잘라 대답하는 이 총리의 성향을 고려하면 사실상 긍정에 가깝다고 풀이된다.
최근 한겨레신문과 인터뷰에서 이 총리는 ‘다음 대통령선거에서의 시대정신’을 놓고 “역대 대선에 비하면 다가올 대선은 남북관계를 포함한 대외정책의 비중이 굉장히 높아질 것 같다”며 자세히 답변하기도 했다.
이 총리가 대선주자로서 입지를 다지기 위해서는 내년 총선에서 역할은 필수적이다.
이 총리의 약점으로 뚜렷한 당내 지지 세력이 없다는 점이 꼽히는데 총선은 당내 입지를 다질 수 있는 가장 좋은 기회이기 때문이다.
총리에서 물러난 뒤에도 계속 정치적 활동을 이어가며 대중의 시선 안에 머물러야 한다는 점도 중요하다.
다음 대선이 3년 정도 남은 만큼 총리에서 물러난 뒤 정치활동을 하지 못한다면 정작 대선이 가까워 졌을 때 출마에 힘이 실리지 못할 수도 있다.
박지원 대안신당 의원은 5월 방송 인터뷰에서 이 총리가 총선부터 출마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역시 정치는 현장에 있어야 한다”한다며 “(이 총리가) 국회의원으로서 여의도에서 정치를 하면서 후보의 길로 가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 그렇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총리 총선에서 어떤 역할을 맡을 지를 놓고는 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아 당의 간판 역할을 맡거나 서울 종로 같은 '정치1번지' 또는 '험지 출마'로 전망이 갈린다.
이 총리가 어떤 역할을 맡을 지는 총리에서 물러나는 시기가 중요한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이 25일 청와대 기자간담회에서 개각과 관련해 “당분간 변수를 만들지 않으려 한다”고 발언한 점을 고려하면 이 총리가 총리에서 물러나는 시기는 상당히 늦춰질 가능성이 크다.
이 총리가 총리직에서 물러나는 시기가 늦춰지면 늦춰질수록 지역구 출마보다는 상징성 있는 순번의 비례대표로 출마해 선거대책위원장을 맡을 가능성에 힘이 실린다. 상대적으로 지역구 출마를 준비할 시간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게다가 경제성장률 부진, 지지부진한 대북관계 등 악재를 만나 위기감이 높아진 더불어민주당 내 분위기에서 대선후보로서 지지율이 높은 이 총리를 내세워 총선을 치르는 방법을 선택할 공산이 크다.
이 총리에게도 지역구 출마보다는 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아 당을 이끄는 모습을 보여줘 총리 이미지를 벗는 것이 대통령선거에서도 유리할 수 있다.
다만 중요한 변수로 후임 총리 인선이 어려움을 겪으면서 이 총리가 총리에서 물러나는 시점이 총선 뒤로까지 밀릴 수도 있다는 점이 꼽힌다.
총리의 임명은 인사청문회에 더해 국회의 동의까지 받아야하는 만큼 여야 갈등이 극심한 현재 상황에서 총리의 교체는 청와대와 정부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 총리가 내년 총선에 출마하려면 선거법상 공직자 사퇴 시한인 내년 1월16일까지 총리에서 물러나야 한다. 이 총리의 총리 사퇴가 총선 뒤로 밀리게 된다면 총리를 한동안 더 유지하다 당 대표에 도전한 뒤 대선 출마를 노릴 것으로 전망된다.
이 총리는 28일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거취를 놓고 “당연히 저의 거취는 저 혼자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며 “조화롭게 하겠다”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