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바이오업계에 따르면 올해 8월 펙사벡의 간암 임상3상을 중단한 신라젠이 올해 초 알츠하이머 치료제 개발을 중단했다가 최근 재개한 바이오젠과 닮은 점이 많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바이오젠은 올해 3월 알츠하이머 치료제 아두카누맙의 임상3상 ‘무용성 평가’ 결과가 부정적으로 나오자 개발을 중단했다.
펙사벡의 무용성 평가에서 미국 데이터모니터링위원회(DMC)로부터 임상3상을 중단할 것을 권고 받은 신라젠과 비슷하다.
무용성 평가란 약이 치료제로서 가치가 있는지를 따져 임상지속 여부를 판단하는 것을 말한다. 무용성 평가에서 임상 중단을 권고하는 것은 끝까지 임상을 진행했을 때 참여한 환자들에 악영향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바이오젠은 22일 이례적으로 아두카누맙의 무용성 평가 결과를 뒤집고 상용화 추진을 선언했다. 임상3상 참가자 가운데 일부에 아두카누맙의 용량을 높여 투여했더니 상당한 효과가 나타난 것으로 확인됐다는 것을 그 이유로 들었다.
바이오젠이 무용성 평가 결과를 뒤집는 결정을 내리자 비슷한 상황에 있는 신라젠 주가는 23일 상한가까지 치솟았다. 신라젠도 펙사벡의 무용성 평가결과를 뒤집는 데이터를 내놓을 수 있다는 기대감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됐다.
신라젠은 현재 펙사벡의 무용성 평가 결과를 두고 분석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바이오업계의 한 관계자는 “바이오젠이 7개월 만에 아두카누맙의 임상3상 데이터를 놓고 다른 결론을 내놓은 것처럼 데이터 분석작업에는 약 6개월 또는 그 이상의 시간이 걸린다”며 “이를 고려하면 신라젠도 이르면 2020년 상반기에 분석결과를 내놓을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문 대표가 실패한 임상3상을 분석한 결과 펙사벡의 안전성과 유효성을 입증할만한 데이터를 도출할 수만 있다면 신라젠을 향한 투자자들의 기대감도 다시 커질 수 있다.
권혁찬 신라젠 임상총괄 전무는 8월 “임상3상에서 다른 약을 추가 투여한 구제요법이 시험 전체에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판단하며 펙사벡의 약효문제는 아닐 것으로 조심스레 예측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펙사벡의 임상3상이 실패한 것은 약효의 문제가 아니라 임상시험을 제대로 통제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해석이었다. 임상시험을 제대로 통제하지 못해 긍정적 결론 도출에 실패한 것은 국내 바이오기업인 헬릭스미스와도 닮아있다.
하지만 무용성 평가를 분석한 결과 긍정적 데이터를 도출하더라도 펙사벡의 간암 임상3상이 재개될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바이오젠처럼 무용성평가 결과를 뒤집은 사례는 글로벌 제약업계가 깜짝 놀랐을 만큼 매우 이례적이다. 또 바이오젠이 아두카누맙의 상용화를 다시 추진한다고 해서 성공한다는 보장도 없다.
신라젠처럼 작은 국내 바이오기업이 펙사벡의 임상3상을 재개하기에는 비용부담도 클 것으로 보인다.
바이오업계 관계자는 “바이오젠이 무용성 평가 결과를 뒤집을 수 있었던 것은 그만큼 자신이 있고 만약 실패하더라도 감당할 수 있는 규모의 기업이기 때문”이라며 “신라젠이 일부 긍정적 데이터를 도출한다고 하더라도 바이오젠과 똑같은 행보를 보이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무용성 평가를 분석한 결과 유효한 데이터를 도출할 수 있다면 신라젠이 진행하고 있는 펙사벡의 다름 임상시험과 기술이전 등에는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
신라젠은 현재 글로벌 제약사 ‘아스트라제네카’, ‘리제네론’과 각각 대장암, 신장암 환자를 대상으로 펙사벡과 면역관문 억제제를 함께 투여하는 임상1상을 진행하고 있다.
펙사벡과 면역관문 억제제를 병용해 유방암, 두경부암, 신경내분비 종양 치료제를 개발한다는 계획도 세우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