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한국도로공사와 민주노총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해 보면 서울고등법원이 도로요금 수납원을 잠정적으로 도로공사의 노동자로 인정하도록 가처분 결정을 내리자 도로공사와 민주노총은 제각각 법원 결정의 취지를 유리한 쪽으로 해석하고 있다.
민주노총은 판결 승소 여부를 떠나 같은 상황에 놓인 모든 도로요금 수납원들을 도로공사 노동자로 인정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뜻으로 풀이했다.
주훈 톨게이트투쟁승리시민사회공동대책위원회 대변인 겸 민주노총 민주일반연맹 기획실장은 “도로공사는 1심을 진행하는 도로요금 수납원들까지 전면적으로 직접고용해야 대법원 판결 및 서울고등법원 결정의 취지를 제대로 따르는 것”이라며 “2심 계류자까지만 직접고용하겠다는 것은 반쪽짜리 제안에 불과해 가처분으로 계속 다투더라도 도로공사와 합의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반면 도로공사는 1심에서 승소한 도로요금 수납원이기 때문에 서울고등법원이 임시로 도로공사 노동자 지위를 인정한 것이라고 바라봤다.
따라서 도로요금 수납원이 대법원 판결로 도로공사 노동자 지위를 인정받았거나 최소한 1심에서 승소해 2심에 계류됐을 때에만 도로공사도 직접고용하겠다고 다시 한 번 선을 그었다.
도로공사 관계자는 “도로공사는 대법원 판결로 노동자 지위를 최종 확인받은 도로요금 수납원뿐 아니라 2심을 진행하고 있는 사람도 직접고용하기로 대상을 확대했다”며 “그러나 한 번도 판결의 결과를 받아보지 않은 1심 계류자까지 전면적으로 직접고용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도로공사는 민주노총 소속 도로요금 수납원들에게 가처분으로 노동자 지위를 다투지 말고 도로공사의 제안을 받아들이라고도 권고하고 있다.
서울고등법원은 23일 2심을 진행하고 있는 민주노총 소속 도로요금 수납원 2명에게 도로요금 근로자 지위 보전 가처분 인용 결정을 내렸다.
해당 민주노총 소속 도로요금 수납원은 도로공사 근로자 지위 확인소송을 제기해 이미 1심에서 승소했다.
민주노총은 23일 성명에서 “서울고등법원결정은 도로공사의 주장이 대법원 판결 취지에 어긋난다는 것을 확인해줬다”며 “도로공사는 대체 몇 번이나 같은 판결이 반복돼야 직접고용에 나서겠나”라고 비판했다.
도로공사와 민주노총 소속 도로요금 수납원들은 8월29일 대법원이 도로요금 수납원을 도로공사 직원으로 인정하는 최종 판결을 내렸을 때도 대법원 판결의 취지를 서로 달리 해석하며 팽팽하게 대립하기 시작했다.
도로공사는 대법원 판결에 직접적으로 포함된 499명만 직접고용하면 된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민주노총 소속 등 직접고용을 요구하는 도로요금 수납원들은 대법원 판결을 받지 않았어도 법원 판결의 취지에 따라 도로공사는 자회사 고용에 동의하지 않은 1500여 명의 도로요금 수납원들을 모두 직접고용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강래 도로공사 사장은 10일 국회 도로공사 국정감사에서 “민주노총 도로요금 수납원과 지속적으로 대화하고 협의해 고용문제를 두고 완전한 합의에 이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