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규 한국감정원장이 국정감사에서 부동산 공시가격의 부실산정 논란에 대응해 조사방식 개편 등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7일 정치권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김 원장은 14일 열리는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의 한국감정원 국정감사에서 부동산 공시가격 현실화와 관련된 문제를 집중 추궁당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감정원이 2019년 공시가격을 산정하는 과정에서 다수의 오류가 발생한 데다 이를 수정하는 과정에서 형평성 시비도 함께 제기됐기 때문이다.
공시가격은 정부에서 기준이 되는 건물과 토지의 적정가격을 매해 일괄조사해 알리는 제도를 말한다. 정부는 부동산 공시가격을 기준으로 보유세와 취득세 등의 세금을 매긴다.
한국감정원은 2019년 기준으로 표준 단독주택 22만 가구와 아파트를 비롯한 공동주택 1339만 가구의 공시가격을 산정하고 있다.
이번 국정감사에서는 한국감정원의 공시가격 산정과 관련해 전문인력 부족과 신뢰도 하락 문제가 제기될 가능성이 높다.
한국감정원이 2019년 공동주택 1339만 가구의 공시가격을 결정하는 데 직원 550명 정도가 참여했다. 이 직원들 가운데 공시가격 전문가인 감정평가사 수는 200명 규모에 머물렀다.
한국감정원에서 2019년 서울 아파트단지 ‘갤러리아포레’를 비롯한 전국 공동주택단지 10곳의 공시가격을 통째로 정정하기도 했다. 단지 전체의 공시가격이 통째로 조정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국감정원은 층별과 주택형 등에 따라 가격이 다른 점을 공시가격에 적용하지 않았다는 이의를 받아들여 공시가격을 조정했다. 공시가격의 기존 책정에 문제가 있었던 셈이다.
국토부가 2019년 지방자치단체에서 확정한 개별 단독주택의 공시지가 오류 456건을 대상으로 사상 처음으로 시정조치를 내린 것에도 한국감정원의 책임이 일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감정원은 지자체에서 산정하는 개별 단독주택의 공시가격을 최종 검증하는 역할도 수행하는데 이때 오류를 잡아내지 못했다는 것이다.
한국감정원의 공시가격 산정 업무 일부를 지방자치단체로 넘겨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국회 국토교통위의 정동영 민주평화당 의원이 9월에 공시가격 조사권한을 지방자치단체로 이관하는 내용의 ‘부동산 가격공시에 관한 법률’ 개정안 등을 대표발의하기도 했다.
감사원은 10월 ‘부동산 가격공시 및 시장조사 실태’를 감사하면서 한국감정원의 공시가격 조사와 평가 업무도 따져보기로 했다.
김 원장은 이번 국정감사에서 앞으로 진행될 감사원의 감사결과 등을 토대로 부동산 공시가격의 산정제도를 손보고 전문성과 투명성을 높이겠다는 방침을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김 원장은 4월 국회 토론회에서 “한국감정원이 부동산 가격공시 업무를 더욱 충실하게 수행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아직 국민 눈높이에 부족하다”며 자세를 낮추기도 했다.
한국감정원은 최근 감정평가사 인력 20여 명을 새로 보충했다. 표준 단독주택과 공동주택의 조사선정 기준도 첨단기술을 활용해 정확성을 높여가겠다는 방침도 마련했다.
한국감정원 관계자는 "부동산 공시가격을 산정할 때 다양한 부동산 실거래정보와 가격정보, IT기술을 적극 활용해 정확성을 높이면서 효율성도 끌어올려야 한다"고 말헀다.
김태섭 주택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부동산 공시가격이 대폭 오르면서 시민들의 민감도가 높아진 상황을 고려해 더욱 신중하고 정확한 공시가격 산정체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