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일문 한국투자증권 대표이사 사장이 발행어음 부당대출 제재에도 '발행어음 강자' 입지를 굳히는 데 더욱 힘을 쏟고 있다.
21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6월 말 기준으로 발행어음 사업자별 발행어음 잔고를 살펴보면 한국투자증권 약 5조5천억 원, NH투자증권 약 3조5천억 원, KB증권 약 8천억 원으로 추정됐다.
한국투자증권은 발행어음시장에 가장 먼저 진출했는데 발행어음 잔고가 후발주자인 NH투자증권과 KB증권의 발행어음 잔고를 합친 금액을 훨씬 웃돈다.
NH투자증권과 KB증권이 파격적 금리를 내건 발행어음 상품들을 내놓으면서 발행어음 잔고를 늘리는 데 속도를 내고 있지만 발행어음시장을 일찍이 선점한 한국투자증권을 따라잡긴 현재로서 역부족으로 보인다.
신동하 하나금융투자 연구원 “한국투자증권은 현재 추세를 이어가면 2019년 발행어음 잔고 6조 원을 충분히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발행어음 마진이 유지되면 연간 900억 원 넘는 이익이 발생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국투자증권은 발행어음 부당대출 혐의에 발목이 잡혀 주춤하는 듯 했지만 빠르게 성장세를 회복했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해 말 발행어음 부당대출 혐의를 받으면서 1분기 발행어음을 4천억 원가량 발행하는 데 그쳤다.
하지만 부당대출 논란이 불거진 4개월 만인 4월 초 금감원으로부터 경징계로 분류되는 ‘기관경고’ 조치를 받은 뒤에는 2분기에만 발행어음 1조 원가량을 새로 발행한 것으로 파악됐다.
발행어음사업 영업정지를 모면하면서 정 사장이 발행어음 잔고를 다시 공격적으로 늘리는 데 힘을 실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한국투자증권은 일찍부터 발행어음시장을 선도하는 위치에 오르면서 흔들림 없이 '발행어음 강자' 자리를 지킬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투자증권은 2017년 11월 발행어음 사업자로 지정된 뒤 2018년 5월 NH투자증권이 지정되기 전까지 발행어음시장을 독점하며 어렵지 않게 개인투자자들을 끌어모을 수 있었다.
양질의 투자처도 먼저 선점해 탄탄한 투자 포트폴리오를 구성했으며 그 결과 높은 수익률도 유지하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비교적 리스크가 낮으면서도 수익성이 좋은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사업을 중심으로 부동산 투자비중을 20%까지 늘렸다.
기업금융부문에서도 수익률이 높은 인수금융, 여신, 벤처투자 등에 투자하며 투자비중 50%를 채웠다. 다만 나머지 30%는 긴급한 상환에 대비해 유동자금으로 남겨뒀다.
그 결과 한국투자증권의 발행어음 수익률은 2%대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후발주자인 NH투자증권과 KB증권의 발행어음 수익률이 1%초반대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들보다 2배 가까이 높은 수준이다.
정 사장은 발행어음의 만기가 짧은 만큼 지속적으로 양질의 투자처를 발굴해 지금과 같은 수준의 발행어음 수익률을 유지하는 데 공을 들일 것으로 보인다.
김고은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한국투자증권은 발행어음 수익률이 유지되고 있어 발행어음 잔고를 늘릴수록 발행어음사업의 실적 기여도가 더욱 높아질 것"이라며 "투자금융(IB)부문과 발행어음의 시너지도 기대해 볼 수 있다"고 바라봤다.
다만 한국투자증권 발행어음 부당대출 관련 검찰수사가 진행되고 있는 점은 정 사장으로서 발행어음사업을 공격적으로 펼치는 데 부담을 안길 수 있다.
서울남부지방검찰청은 한국투자증권의 발행어음 부당대출과 관련해 조만간 고발인 조사를 진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증권업계의 한 관계자는 "한국투자증권은 발행어음 부당대출 혐의로 여전히 검찰수사를 받고 있는 상황으로 아직 이 사건에서 벗어났다고 보기엔 이르다"라며 "그만큼 다른 발행어음 사업자들처럼 발행어음사업을 공격적으로 펼치기엔 다소 조심스러울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투자증권은 발행어음으로 조달한 자금 1673억 원가량을 특수목적회사인 ‘키스아이비제16차’를 통해
최태원 SK그룹 회장 ‘개인’에게 대출해 줬다는 혐의를 받았다.
자본시장법에 따르면 발행어음을 통해 조달한 자금은 개인대출로 활용할 수 없다.
금융위 증권선물위원회는 애초 금감원의 판단을 받아들여 이를 개인대출로 보고 자본시장법 위반이라는 결론을 내 과태료 5천만 원을 부과했다.
한국투자증권의 유상호 부회장,
정일문 사장, 한국투자증권 법인 등은 사기, 증거인멸, 부정거래행위 등 혐의로 금융소비자원으로부터 고발돼 검찰수사를 받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현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