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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왼쪽)과 폴 싱어 엘리엇매니지먼트 회장. |
엘리엇매니지먼트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을 무산시키기 위해 삼성물산 주주들의 지지확보에 나서면서 엘리엇매니지먼트의 다음 수를 두고 다양한 분석이 나오고 있다.
하나대투증권은 8일 엘리엇매니지먼트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반대하면서 삼성물산의 주가가 올랐지만 단기간에 팔고 나갈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전망했다.
투자가 아닌 경영참여로 목적을 명시해 단기차익을 얻고 빠져나갈 경우 고발당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오진원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과거 사례로 미뤄보았을 때 경영참여라고 보유목적을 명시한 상태에서 단기에 빠질 경우 당국의 고발을 당할 수 있어 초단기 차익실현은 어려울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 엘리엇매니지먼트가 삼성물산 주식을 팔고 나가기에 현재 주가나 거래량이 차익을 얻기에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삼성물산 주가는 8일 종가 기준으로 7만500원을 기록했다. 직전 거래일보다 7.36%나 떨어졌다. 엘리엇매니지먼트는 주당 6만3500원에 사들였다. 거래량도 870여만 주로 엘리엇매니지먼트가 보유한 1170여만 주에 못 미치는 상태다.
증권가의 한 관계자는 “엘리엇매니지먼트가 단순히 지금 수준의 차익을 노리고 추가로 지분을 매입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거래량이 적어 나눠 팔 경우 주가폭락으로 손해를 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엘리엇매니지먼트가 단순히 차익을 노린 것이 아니라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을 무산시킨 뒤 삼성물산의 가치를 높여 재산정한 다음 다시 합병을 하도록 추진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그러나 엘리엇매니지먼트가 합병을 무산시킬 정도로 세력을 모으기가 만만치 않다는 시각도 강하다.
엘리엇매니지먼트는 다음달 열리는 주주총회에서 33% 이상의 반대표를 끌어 모으거나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액수를 1조5천억 원 이상으로 늘려야 합병을 무산시킬 수 있다.
그러나 두 경우 모두 삼성물산 지분을 9% 이상 보유하고 있는 국민연금이나 외국인 등을 우호세력으로 끌어들여야 하는데 이 과정이 쉽지만은 않을 것으로 증권가는 보고 있다.
오 연구원은 “주식매수청구권 취득가액보다 주가가 현저히 높아 합병에 불만이 있는 주주는 시장에 파는 편이 유리하다”며 “주식매수청구권 비용청구 과다에 따른 합병무산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말했다.
엘리엇매니지먼트는 냉각기간 조항 때문에 4일 이후부터 9일까지 사들인 주식은 의결권이 인정되지 않는다. 주주총회에서 의결권을 행사하려면 9일까지 삼성물산 주식을 취득해야 해 추가매입으로 의결권을 확보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이에 따라 엘리엇매니지먼트가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는 주식은 합병 이사회 결의 공시 이전에 취득한 지분 4.95%밖에 안 된다.
엘리엇매니지먼트가 앞으로 법원에서 합병비율을 놓고 다툼을 벌일 가능성도 제기된다.
최근 1개월 동안의 주가를 바탕으로 합병비율을 정한 점이나 우선주 주주들의 의견을 듣지 않고 보통주와 우선주 가치를 똑같이 설정한 점 등을 놓고 법적으로 소송을 걸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일부에서 엘리엇매니지먼트가 합병법인 주주로 합병 삼성물산의 경영에 간섭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전망도 나온다.
윤태호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엘리엇매니지먼트가 구체적 현물배당 요구를 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합병 이후에도 주주로 남아 삼성그룹에 대한 주주정책 제고를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경우 엘리엇매니지먼트가 보유한 삼성물산 주식규모가 크지 않은 데다 합병으로 지분 비율이 더 떨어져 합병법인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데 제한적일 수도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오대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