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범 메리츠화재 대표이사 부회장이 외형을 키우는 데 주력하면서 악화된 금융 소비자 보호지표를 개선하는 데 부쩍 힘을 쏟고 있다.
금융감독원 종합검사를 앞두고 있는 만큼 당분간 소비자 보호에 공을 들여 문제가 될 소지를 줄이려는 것으로 보인다.
14일 메리츠화재에 따르면 소비자 보호를 주된 업무로 하는 팀을 별도로 꾸리고 있다.
그동안 소비자 보호와 관련된 업무는 각 영업팀에서 나눠 맡았는데 이 업무를 총괄하는 별도 조직을 만들고 있는 것이다.
메리츠화재는 이 팀을 영업현장에서 발생하는 소비자들의 민원, 건의사항 등을 신속하게 처리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중점을 두기로 했다.
김 부회장이 금융소비자 보호지표를 개선하는 데 부쩍 힘을 싣고 있는 이유는 금감원 종합검사를 앞두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금감원 종합검사는 5월 안에 본격적으로 시작할 것으로 업계는 추정하고 있다.
다만 메리츠화재 관계자는 “금융감독원 종합검사 대상에 오르기 전부터 이미 고려해오던 부분”이라며 “조만간 꾸려져 하반기부터는 본격적으로 활성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4년 만에 부활한 금감원 종합검사의 첫 대상으로 메리츠화재가 지목된 이유가 '취약한 소비자 보호' 때문이라고 업계는 보고 있다.
윤석헌 금감원장은 2018년 5월 취임한 뒤부터 줄곧 ‘금융 소비자 보호’를 강조해왔다. 종합검사는 윤 원장이 '소비자 보호 강화'라는 소신을 실현하기 위해 추진해 온 일이기도 하다.
김 부회장이 대표이사에 오른 뒤 외형을 키우는 데 집중하면서 메리츠화재의 금융 소비자 보호 관련 지표는 크게 악화됐다. 게다가 조직 효율화를 내걸고 대규모 인력 구조조정을 추진했기 때문에 소비자 보호 관련 인력 확보에 관심을 둘 상황도 아니었다.
메리츠화재의 연결기준 순이익은 2014년 1127억 원에서 2017년 3846억 원으로 3년 만에 3배 넘게 늘었다.
2018년에는 연결기준 순이익 2347억 원을 냈는데 이는 장기보험 매출 증가로 상각비용이 늘어났기 때문이라고 메리츠화재는 설명했다.
반면 메리츠화재의 보유계약 10만 건 당 민원건수는 상위 5개 손해보험회사 가운데 가장 많은 것으로 파악됐다.
손해보험협회에 따르면 2019년 1분기 기준 보유계약 10만 건 당 민원건수는 메리츠화재가 7.91건으로 집계됐다. 삼성화재 7.82건과는 비슷하지만 현대해상 7.08건, KB손해보험 6.41건, DB손해보험 6.11건 등과 비교해 월등히 높은 수준이다.
2018년 하반기 기준 메리츠화재의 보험금 부지급율도 1.61%로 손해보험업계 평균치(1.454%)를 웃돌았으며 보험금 불만족도도 0.24%로 평균치(0.15%)보다 훨씬 높은 것으로 파악됐다.
김 부회장은 당분간 소비자 보호지표가 나빠지는 것을 막기 위해 소비자 만족도를 끌어올리는 데 고삐를 죌 것으로 보인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김 부회장은 최근 몇 년 동안 메리츠화재의 외형을 크게 키우는 데는 성공했지만 민원건수, 보험금 부지급율 등 내부 지표는 외형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현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