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국민연금에서 기금을 위탁한 자산운용사에 스튜어드십(수탁자 책임원칙)에 따른 주주권 행사를 맡기는 방안을 제시했다.
김 위원장은 29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2019년 공정거래정책방향 간담회'에서 국민연금이 주주권 행사로 기업에 과도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지적을 받자 “자산운용사에 주주권 행사도 위탁하면 된다”고 대답했다.
▲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29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2019년 공정거래정책방향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
그는 “국민연금은 보유한 주식의 절반을 (자산운용사에) 위탁했지만 주주권 행사는 맡기지 않았다”며 “운용을 위탁하면 주주권 행사도 맡기는 쪽이 맞다”고 말했다.
국민연금의 보유주식을 위탁받은 자산운용사가 주주권 행사까지 하게 된다면 스튜어드십코드를 따라야 한다고 봤다.
일본 국민연금이 보유한 주식 대부분을 자산운용사에 맡기면서 주주권 행사도 위탁한 일을 사례로 들었다.
김 위원장은 국민연금이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대한항공 사내이사 연임에 반대하면서 조 회장의 퇴진에 결정적 역할을 한 점을 높게 평가했다.
사회적 논란에 이를 수 있는 주주총회 안건이 ‘특별결의사항’에 해당된다면 이전과 달리 주주총회에서 국민연금과 헤지펀드 등의 동의를 얻기 어려워졌다고 봤다.
특별결의사항은 주주총회에 참석한 주주 3분의2 이상으로부터 동의를 받아야 의결되는 안건이다. 조 회장의 대한항공 사내이사 연임도 특별결의사항에 들어가는 안건이었다.
김 위원장은 “대한항공 주주총회는 시장 참여자와 사회의 인식을 바꾼 이정표”라며 “기업의 지배구조 개편과 관련해 우리 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이 명료해졌다”고 말했다.
그는 “재벌개혁은 공정거래법만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주주총회 등이 함께 작동하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이뤄진다”며 “한국은 이런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말했다.
국민연금이 기업 총수의 퇴진 여부에 관여하는 일이 권한 남용이라는 지적에는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에 관련된 구체적 지침을 마련해 논란을 줄여야 한다는 태도를 보였다.
김 위원장은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의 의사결정구조는 개편할 점이 많다”며 “단순한 의결권 행사뿐 아니라 안건별로 누가 어떤 절차를 거쳐 결정하는지 구체적이지 않다”고 지적했다.
보건복지부가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와 관련된 지침을 내놓겠다고 예정한 시기를 2019년 말에서 더욱 앞당겨야 한다고 제안하기도 했다. 그래야 국민연금이 2020년 주주총회 기간에 의결권을 행사하더라도 사회적 논란이 커지지 않을 수 있다고 봤다.
국민연금의 지배구조도 개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위원장은 “국민연금이 스튜어드십코드를 행사해 기업 지배구조를 개편하면 국민연금은 누가 감시하는가 하는 문제가 남는다”며 “국민연금의 지배구조까지 개편될 때 우리 모두를 위한 지배구조 개편이 이뤄질 것 같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