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중견그룹 대상의 일감 몰아주기 조사를 추진하면서 그동안 논란이 일었던 농심그룹과 오뚜기그룹의 계열사 거래와 지배구조 개편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14일 식품업계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농심그룹과 오뚜기그룹은 현재 공정위의 일감 몰아주기 조사를 받을 가능성이 큰 식품그룹으로 꼽힌다.
▲ 신춘호 농심그룹 회장(왼쪽)과 함영준 오뚜기그룹 회장. |
식품업계는 중견그룹의 비중이 높고 국민 실생활과 가까운데도 일감 몰아주기 규제의 사각지대에 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특히 농심그룹은 총자산 4조5천억 원대로 5조 원을 넘보게 되면서 관련 논란에 종종 휩싸여 왔다.
오뚜기그룹은 2018년 국정감사에서 일감 몰아주기 문제를 지적받았다.
공정위는 자산 5조 원 이상인 대기업집단을 대상으로 총수 일가의 지분율이 20%를 넘는 비상장계열사나 30% 이상인 상장계열사가 다른 계열사와 연간 거래총액 200억 원 이상을 나타냈거나 평균(3년) 12% 이상 매출을 올렸다면 일감 몰아주기 규제를 적용한다.
김 위원장은 2019년에 자산 2조~5조 원대 중견그룹 위주로 일감 몰아주기 행태를 살펴보겠다고 최근 거듭 예고했다. 중견그룹은 일감 몰아주기의 규제대상이 아니지만 공정거래법에서 규정한 특수관계인을 향한 부당지원 금지 규제는 적용받을 수 있다.
이를 고려해 농심그룹은 일감 몰아주기 문제가 제기돼 왔던 계열사들의 내부거래 비중을 줄이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포장지 제조 계열사인 율촌화학은 2018년 3분기 기준으로
신춘호 농심그룹 회장을 비롯한 특수관계인 지분율 33.03%에 이른다. 율촌화학의 최대주주인 농심홀딩스도 총수 일가인
신동원 농심홀딩스 부회장을 최대주주로 두고 있다.
율촌화학은 2018년 3분기 기준으로 전체 매출의 33.4%를 계열사인 농심과 거래에서 올렸다. 김 위원장의 취임 전인 2016년 36.5%보다 2.9%포인트 줄었다.
분말스프 제조 계열사인 태경농산도 2014년 70%대였던 내부거래 비중을 2018년 들어 60%대로 낮췄다. 신 회장 일가는 농심홀딩스를 통해 태경농산을 간접 지배하고 있다.
다만 신 회장 일가의 지분율이 높은 농심미분과 엔디에스 등은 내부거래 비중이 줄었다가 2017년 다시 증가했다. 계열사 의존도가 높은 사업구조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농심그룹 관계자는 “계열사 사이의 거래 가운데 일감 몰아주기에 따른 총수 일가의 사익 편취에 해당되는 건수는 전혀 없지만 사회적 시각을 고려해 내부거래의 비중을 점차 줄이고 있다”고 말했다.
오뚜기그룹은 지배구조 개편을 통해 오뚜기라면을 비롯한 계열사의 일감 몰아주기 문제를 해소하는 데 계속 힘쓸 것으로 예상된다.
함영준 오뚜기그룹 회장은 2018년에 내부거래 비중이 높던 오뚜기물류서비스의 보유 지분 16.97%를 오뚜기에 모두 넘겼다.
마찬가지로 일감 몰아주기 문제가 제기됐던 오뚜기제유 지분 26.52% 가운데 13.33%도 오뚜기에 매각했다.
오뚜기가 내부거래 비중이 높은 상미식품지주와 풍림피앤피지주를 흡수합병하면서 일감 몰아주기 논란을 털어내기도 했다. 함 회장 일가는 오뚜기 지분을 보유하고 있지 않아 일감 몰아주기 규제와 관계가 없다.
다만 주력 계열사인 오뚜기라면은 일감 몰아주기 문제에서 아직 자유롭지 않다. 2018년 기준 함 회장의 지분율이 32.18%인데 내부거래 비중도 99.75%에 이른다.
오뚜기 관계자는 “지배구조를 2018년부터 꾸준히 바꾸고 있고 2019년에도 개편작업을 계속 진행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