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상선 경영진을 향한 KDB산업은행의 불신이 다시 확인되면서 현대상선 경영진이 대폭 물갈이될 수도 있다.
▲ 배재훈 전 범한판토스(현 판토스) 대표이사.
산업은행은 6일 경영진추천위원회 결의를 거쳐 현대상선 CEO(최고경영자) 후보로 배 전 대표를 추천했다고 7일 밝혔다.
배 후보자가 컨테이너 영업과 관련된 경험이 없기 때문에 컨테이너 영업을 총괄할 외부인사로는 박진기 전 한진해운 상무가 영입될 것으로 알려졌다.
외부출신이 사장으로 오는 데다 새 사장과 호흡을 맞출 실무 전문가로도 현대상선이 아닌 한진해운 출신이 내정되면서 현대상선의 불안감도 높아지고 있다. 방패막이 역할을 해줄 사람이 사실상 없기 때문이다.
이번 인사에서 산업은행의 고민을 엿볼 수 있다. 국내에 해운 전문가가 현대상선이나 한진해운 출신밖에 없어 현실적으로 내밀 수 있는 카드가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배 후보자가 현대상선 경영 전반을 관리하고 박 전 상무가 컨테이너 영업과 해운동맹 가입 등을 비롯한 실무를 책임지는 2인3각체제로 위기를 돌파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진해운 출신을 ‘원톱’으로 내세우기는 어려운 상황에서 노련한 전문경영인과 부족한 점을 채워줄 수 있는 비교적 젊은 실무 전문가를 함께 투입하면서 안팎의 우려를 잠재우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그동안 유창근 현대상선 대표이사 사장의 후임을 놓고 해운업의 특성상 다른 분야에서 뽑는 건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왔다.
배 후보자는 해운업에 몸담은 경험은 없지만 LG전자에서 다양한 업무를 두루 거치고 범한판토스에서 대표이사를 오랜 기간 지냈던 만큼 경영 전반에서 조직관리를 이끌 것으로 보인다.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위한 인사라는 해석도 나온다.
박 전 상무는 1965년생으로 1953년생인 배 후보자보다 12살이나 나이가 적다.
그는 한진해운에서 근무하다가 2014년 한진로지스틱스(현 유수로지스틱스) 미국지사 총책임자로 옮겼다. 그 뒤 일본의 3대 해운사가 합병해 탄생한 오션네트워크익스프레스(ONE)에서 영업담당도 맡았다. 해운동맹 업무도 맡은 경험이 있어 현대상선이 해운동맹에 다시 가입하는 과정에서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배 후보자가 대표로 선임되면 현대상선에서 큰 폭의 경영진 물갈이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산업은행이 현대상선이 적자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는 이유 가운데 하나로 현대상선의 도덕적 해이를 꼽고 있기 때문이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지난해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현대상선에서 안일한 임직원은 즉시 퇴출할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유창근 사장이 임기를 2년 이상 남기고 하차하게 된 배경에도 현대상선에 30년 동안 몸담았던 만큼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추진하기는 어렵다는 채권단의 판단이 영향을 미쳤다.
특히 한진해운 출신인 박 전 상무가 영입되면 현대상선 임직원들의 불안감이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현대상선 입장에서는 최악의 결과가 아니겠느냐”며 “배 후보자와 호흡을 맞출 인물로 현대상선 출신이 낙점됐으면 그나마 괜찮을 수 있는데 현대상선 출신이 경영에서 거의 배제돼 방패막이 역할을 해줄 사람도 없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