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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그룹 지배구조 개편에 한화S&C를 어떻게 활용할까?
SKC&C가 SK와 합병을 결정하면서 한화S&C의 행보에 업계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최태원 회장은 SK그룹의 IT계열사인 SKC&C의 몸집을 키워 그룹의 지배력을 확보하는 수단으로 활용했다.
삼성SDS의 경우 삼성그룹의 직접적 지배력과 무관하지만 역시 몸집을 키워 이재용 부회장이 삼성그룹의 경영권을 승계하는 데 현금을 확보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한화S&C도 비슷한 처지다. 한화S&C는 김승연 회장의 세 아들이 지분을 100% 보유하고 있다.
이에 따라 업계 관계자들은 김 회장이 한화S&C의 몸집을 불려 세 아들이 한화그룹의 지배력을 확보하는 데 한화S&C를 활용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 김승연 아들 회사인 한화S&C
한화S&C는 IT서비스 회사로 한화그룹 계열사들에 IT시스템 통합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한화S&C는 2001년 한화의 정보사업부문이 분사돼 설립된 비상장회사다.
한화S&C 지분은 애초 한화가 66.7%, 김승연 회장이 33.3%를 보유하고 있었다.
그러나 2005년 김 회장의 장남 김동관 한화큐셀 상무가 액면가보다 100원 높은 5100원에 한화가 보유한 지분 전량을 인수했다. 이와 함께 김 회장의 차남과 삼남인 김동원 한화그룹 디지털팀장과 김동선 한화건설 매니저가 김 회장이 보유한 지분을 액면가대로 절반씩 인수했다.
한화S&C는 김 회장의 아들들이 인수하기 전인 2004년 매출 1268억 원, 영업손실 37억 원을 냈다. 그러나 김 회장 아들들이 인수한 뒤 2005년 매출 1222억 원, 영업이익 33억 원으로 흑자전환했다.
김동관 김동원 김동선 등 김 회장의 아들들은 그뒤 30억 원의 유상증자를 통해 한화S&C의 지분구조를 50대 25대 25로 만들었다.
한화S&C는 지난해 처음으로 배당을 실시했다. 한화S&C가 지난해 올린 순이익 4억 원의 18.75배에 이르는 75억 원을 배당했다. 이 때문에 순이익에 비해 배당금이 너무 많다는 비판을 받았다.
◆ 한화S&C 일감 몰아주기 피할 수 있나
한화S&C는 공정거래위원회의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
공정위는 독점규제와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에 따라 오너 지분 30%(상장사의 경우, 비상장사는 20%) 이상인 기업이 내부거래 매출이 연간 200억 원 이상이거나 내부거래 매출비중이 전체의 12% 이상인 경우 제재를 가하기로 했다.
일감 몰아주기를 한 기업에 대해서 3년 평균 매출의 5%에 해당하는 과징금이 부과된다. 오너는 3년 이하 징역 또는 2억 원 이하 벌금형을 받을 수 있다.
한화S&C의 내부거래 비율은 2013년 54.7%로 2012년 46.3%보다 오히려 높아졌다. 공정위 일감 몰아주기 규제를 피하기 위해 다른 기업들이 내부거래 비중을 줄이는데 한화S&C는 오히려 내부거래 비중이 커졌다.
한화S&C는 내부거래 심의위원회를 두고 내부거래 사업에 대한 적격성을 검토하고 있다. 계열사 IT용역계약도 수의거래에서 경쟁입찰로 전환하는 등 내부거래 물량을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보안성과 효율성이 중시되는 IT시스템의 특성상 외부회사에 용역을 맡기기 어려운 부분도 있다. 이 때문에 내부거래 비중을 낮추는 데 한계가 있다. 한화S&C는 이런 점을 들어 해당사업의 경우 공정위에서 일감 몰아주기 규제에서 예외로 다뤄줄 것을 기대하고 있다.
한화S&C가 일감 몰아주기를 피하기 위해 지주사인 한화와 합병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당장 내부거래 비중을 크게 낮추기 어려운 상황에서 규제를 피할 수 없다면 합병을 선택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얘기다.
하지만 한화S&C는 합병을 고려하고 있지 않다는 입장을 보인다. 한화S&C 관계자는 “합병을 전혀 검토하고 있지 않다”며 “자체적으로 내부거래 비중을 줄여가려는 노력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합병하기에 아직 한화S&C의 몸집이 너무 적다는 의미도 깔려있다. 몸집이 적은 상황에서 합병을 할 경우 김 회장 세 아들은 합병한 회사에서 충분한 지분을 확보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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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동관 한화큐셀 상무 |
◆ 한화S&C, 사업다각화로 몸집 불리기
김 회장이 SKC&C처럼 지주사와 합병을 통해 세 아들을 위한 지배구조를 구축하든 삼성SDS처럼 세 아들의 승계자금의 도구로 활용하든 우선적으로 한화S&C의 가치를 높여야 한다.
문제는 한화S&C가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으로 지목받고 있어 더 이상 내부일감 몰아주기로 성장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결국 단기간에 기업가치를 끌어올리는 현실적 방법은 사업다각화에 나서거나 합병을 통해 회사의 덩치를 키우는 것이다.
한화S&C는 SKC&C와 삼성SDS가 이미 했던 방식을 충실히 따르고 있다. 한화S&C는 2007년 여수열병합발전을 인수해 에너지사업에 뛰어들었고 2012년 군장열병합발전을 흡수합병해 한화에너지를 출범시켰다. 한화에너지는 지난해 한화S&C 매출의 49%, 영업이익의 69%를 차지하고 있다.
이렇게 몸집을 불려 한화S&C는 지난해 매출 9387억 원, 영업이익 1864억 원을 냈다. 2005년에 비해 9년 만에 매출은 7.7배, 영업이익은 56.5배 급증한 것이다.
한화S&C는 한화에너지, 한컴, 휴먼파워 등을 자회사로 거느리고 있다. 한화S&C는 한화큐셀 지분 20%, 에코바이크 지분 20.98%, 한화솔라파워 기쓰키 지분 57.05% 등도 보유하고 있다.
◆ 한화S&C, 삼성과 거래에서 수혜를 입다
여기가 끝이 아니다. 한화S&C는 더욱 몸집을 불릴 수 있는 기회를 만들고 있다.
한화그룹이 삼성그룹으로부터 방산과 화학 계열사를 넘겨받게 되면 한화S&C는 가장 큰 수혜자로 떠오르게 된다. 한화S&C가 한화에너지의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화에너지는 한화케미칼과 함께 삼성종합화학 지분을 인수하기로 했다. 한화에너지와 한화케미칼은 삼성종합화학 지분을 각각 30%, 27.6%씩 취득하기로 했다. 인수자금 규모는 한화에너지가 5519억 원, 한화케미칼이 5081억 원이다.
한화에너지가 한화케미칼과 삼성종합화학 공동인수에 나서는 것은 재무상태가 썩 좋지 않은 한화케미칼의 부담을 줄여준다는 의미가 있다.
한화케미칼은 지난해 말 기준 순차입금 4조4천억 원, 부채비율 164%로 삼성종합화학 인수대금 1조600억 원을 단독으로 감당하기 쉽지 않다. 반면 한화에너지는 순차입금이 1800억 원으로 많지 않고 부채비율도 57%로 낮다. 한화에너지는 연간 영업이익이 1700억 원으로 안정적이다.
하지만 이런 사정보다 한화에너지가 삼성종합화학의 최대주주에 올라 한화에너지의 가치를 극대화하는 점이 더욱 주목된다. 한화에너지는 지난해 매출 4595억 원, 영업이익 1731억 원으로 영업이익률이 무려 38%에 이르는 알짜회사다.
한화그룹은 삼성종합화학을 인수한 뒤 상장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경우 한화에너지가 보유한 삼성종합화학 지분 가치도 더욱 높아지게 된다.
물론 이 수혜는 모기업인 한화S&C가 누리게 된다. 또 그 수혜는 한화S&C을 완전히 소유하고 있는 김 회장의 세 아들이 차지하게 된다.
이 때문에 한화그룹이 삼성그룹의 방산과 화학 계열사 4곳을 인수하기로 할 때부터 일부 시민단체에서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다.
경제개혁연대는 당시 “삼성종합화학 인수는 저가매각으로 볼 여지가 있어 개인회사인 한화에너지가 다른 계열사의 사업기회를 유용하는 것”이라며 비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