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금융지주가 앞으로 생명보험사뿐만 아니라 카드사와 증권사 인수에도 적극적으로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김기환 KB금융지주 최고재무책임자(CFO) 부사장은 8일 KB금융지주의 2018년 실적을 발표하며 “생명보험사 외에도 증권사와 카드사 인수합병에 관심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구체적 관심 매물이나 검토 중인 상황을 언급하긴 어렵다”면서도 “생명보험사 외에도 추가적으로 자산관리 상품을 만드는 데 우위가 있는 증권사, 고객 세분화나 데이터에 강점이 있는 카드사 등 그룹의 비즈니스 포트폴리오를 보강할 수 있는 곳에 관심이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롯데카드가 매물로 나와있지만 KB금융지주는 롯데카드 예비입찰에는 참가하지 않았다.
KB금융지주가 롯데카드를 인수하면 KB국민카드를 더해 신한카드를 제치고 업계 1위로 올라설 수 있는 만큼 인수에 나설 가능성이 점쳐졌으나 롯데캐피탈 예비입찰에만 참가했다.
국내 전업 카드사는 모두 8곳이다. 금융지주 소속 카드사가 신한카드, KB국민카드, 하나카드, 우리카드이고 대기업 계열이 삼성카드와 현대카드, 롯데카드다. 비씨카드의 최대주주는 KT다.
이 가운데 금융지주 소속인 카드사는 사실상 매물로 나올 가능성이 낮다. 주요 금융지주에게 비은행부문 강화가 가장 시급한 과제이기 때문이다.
신한카드는 업계 부동의 1위다. 2007년 LG카드를 합병한 뒤부터 단 한 번도 1위를 놓치지 않았다. 신한금융그룹에서도 신한은행에 이은 주력 계열사다.
하나금융지주는 최근 롯데카드 인수전에 뛰어들었다. 하나금융그룹 계열사 가운데 ‘약체’로 꼽히는 하나카드의 몸집을 키우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우리카드도 규모는 크지 않지만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우리카드는 지난해 순이익이 1265억 원으로 2017년보다 25%나 늘었다.
반면 대기업 소속 카드사들의 입지는 불안하다.
카드업계는 몇 년째 삼성카드를 잠재적 매물로 보고 있다. 삼성카드가 매번 강하게 부인하고 있지만 잊을 만하면 매각설에 휘말리고 있다.
삼성그룹이 그룹의 지배구조를 개편하는 과정에서 비핵심사업으로 분류되는 카드사업을 정리할 수 있다는 관측이 꾸준히 나오고 있다. 수수료율 인하 등 카드사를 둘러싼 경영환경이 악화된 점도 이런 가능성에 힘을 실어준다.
현대카드 역시 마찬가지다.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이 이끌고 있다는 점에서 안정적이라는 얘기도 나오지만 현대카드의 상황이 예전만 못하다. 특히 그동안 정 부회장의 주도로 현대카드의 실적을 이끌어온 파격적 마케팅도 더 이상 펼치기 쉽지 않다.
삼성카드와 현대카드는 지난해 실적도 큰 폭으로 뒷걸음질했다.
삼성카드의 지난해 순이익은 3453억 원으로 2017년보다 10.7% 줄었다. 현대카드는 지난해 1~3분기 순이익이 1296억 원에 그쳤다. 2017년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29.5%나 줄었다.
KB금융지주는 이미 KB국민카드를 거느리고 있지만 다른 카드사를 인수하면 단번에 업계 순위를 끌어올릴 수 있다.
KB국민카드는 지난해 상반기 말 자산 기준으로는 업계 3위, 지난해 연간 실적 기준으로는 아직 실적이 나오지 않은 현대카드를 제외하고 업계 3위다.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은 지난해 창립 10주년 기념식에서 “은행과 비은행 모두 경쟁력을 끌어올려야 한다”며 “은행은 압도적 1위가 되고 증권, 손해보험, 카드 등 비은행 계열사는 1위에 근접하는 확실한 2위가 될 수 있도록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지난해와 올해 카드 수수료 인하 등 카드사를 둘러싼 경영환경이 급격히 악화되면서 덩치를 키워 규모의 경제를 이루는 것이 필요하다는 판단이 있을 수 있다.
업황이 악화될수록 규모가 작은 하위 카드회사들이 더욱 큰 타격을 받는다.
특히 규모가 커지면 조달금리를 좌우하는 신용등급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롯데카드, 우리카드, 하나카드의 신용등급은 상위 카드사보다 한 등급씩 낮다. 규모를 키우면 인지도가 중요한 카드 마케팅에서도 유리하다.
그동안 KB금융지주와 신한금융지주가 펼친 경쟁구도에서 신한금융지주는 카드에서만큼은 확실한 우위를 보여왔는데 KB금융지주가 다른 카드사를 인수하면 이 구도가 뒤집힐 수도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