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일 교황청 사도궁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이 교황청 주재 외교단 사절들을 상대로 신년 연설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
프란치스코 교황이 한반도 문제 해결를 위한 당사국들의 노력을 지지하며 한반도의 영구적 평화를 희망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7일 오전 교황청 사도궁에서 이백만 주교황청 한국대사 등 183개국의 교황청 외교단을 대상으로 한 신년 연설에서 세계의 평화 공존을 위한 노력을 당부했다.
교황은 “한반도에서 긍정적 신호가 전해지고 있다”며 “교황청은 현재 남북 화해를 위해 진행되고 있는 대화를 호의적으로 바라보고 있다”고 말했다.
교황은 2018년 10월 교황청을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과의 면담에서 "북한으로부터 공식 초청장이 오면 북한을 갈 의향이 있다"고 말하는 등 북한을 향해 지속적으로 관심을 보여왔다.
지금까지 이뤄져온 노력에 더해 남북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해결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교황은 “한반도의 좀 더 복잡한 의제들도 건설적으로 논의돼 남북한 모든 사람들과 한반도 전체의 발전과 협력을 보장할 수 있는 남북 공동의 영구적 해결책이 도출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교황은 이날 연설에서 한반도 문제뿐 아니라 이스라엘·팔레스타인의 갈등이 이어지고 있는 중동, 아프리카 등 세계의 여러 분쟁지역을 놓고 화해와 공존의 길로 들어설 것을 호소했다.
특히 전쟁과 기아, 자연재해 등으로 조국과 고향을 떠난 이주민과 난민을 보호하기 위해 국제사회가 힘을 모아줄 것을 요청했다.
교황은 “이주 문제는 단순히 부분적 해결책의 제시, 폭력이나 무관심으로는 해결되지 않는다”며 “모든 나라들이 마음을 합해 세계적 현성이 된 이주 문제 해결을 위해 공동대응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황은 즉위 이후 난민 문제와 관련해 줄곧 선진국들이 난민 수용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의사를 표명해 왔다.
교황은 지난해 12월10일 모로코 마라케시에서 채택된 ‘유엔 이주 글로벌 콤팩트(GCM·Global Compact for Safe, Orderly and Regular Migration)’를 난민 문제 해결을 위한 의미 있는 계기로 평가하기도 했다.
한국을 포함해 160여 개 국가가 지지국으로 참여한 유엔 이주 글로벌 콤팩트는 이주민 인권보장에 관한 비전과 기본 원칙, 23개의 세부 목표와 각국의 대응조치 등을 담은 결의안이다. 미국, 호주, 칠레, 이탈리아, 이스라엘 등의 국가들은 채택에 참여하지 않았다.
이밖에 교황은 가톨릭 교회의 신뢰도를 떨어뜨리고 있는 가톨릭 사제들의 아동 성추문을 강하게 비판했다.
교황은 “아동들을 성적으로 학대하는 것은 가장 악랄한 짓으로 피해자들에게 치유될 수 없는 평생의 상처를 안긴다”며 “피해 아동들을 위해 반드시 정의를 구현할 것”이라고 가톨릭 내부의 자정을 약속했다.
교황은 “가톨릭 교회의 아동 성추문 관련 해결책 마련을 위해 다음달 교황청에서 세계 주교회 의장들의 회의가 열리게 된다”며 “가톨릭 교회는 이 문제의 실체를 낱낱이 조명하고 피해자들의 상처를 어루만지는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은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