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금융지주가 인사시기를 기존보다 2개월가량 앞당기고 내년 3월에 임기를 마치는 자회사 최고경영자 11명 가운데 7명을 바꾸는 대규모 인사를 실시하면서 적지않은 진통을 겪었지만 대체로 일단락돼 가고 있다.
물론 불씨는 아직 남아있다.
신한생명은 28일 이사회에서 정문국 신한생명 대표이사 사장 내정자와 관련된 안건을 논의하지 않기로 했다. 3월 주주총회 이전에만 논의하면 되는 만큼 당장 논의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신한생명은 설명했다.
신한생명 노조가 정 내정자 선임안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해 노조를 설득하는 시간이 벌기 위한 선택으로 보인다.
신한금융투자 노조는 그룹 부문장을 새로 맡은 인사를 겨냥해 자질 검증이 필요하다며 쓴소리를 내고 있다.
이번에 신한금융그룹 사업부문장에 오른 정운진, 정지호, 장동기, 왕미화 부문장 등은 모두 은행에서 경력 대부분을 보낸 만큼 전문성이 떨어진다고 신한금융투자 노조는 주장했다.
공개적으로 지주의 인사 결과에 불만을 보였던 위성호 신한은행장이 지주의 인사 결과를 받아들이며 갈등이 더욱 커지지는 않았지만 위 행장의 이후 행보에도 여전히 시선이 쏠리고 있다.
조 회장은 “그룹 이슈가 많아 최고경영자 인사를 늦추면 억측과 소문에 휘말릴 것이라고 이사회가 판단했다”고 이번 인사의 배경을 설명했지만 안정화되기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이번 인사로 새로 자리잡을 자회사 최고경영자와 부문장들이 빠르게 안착하지 못하면 조 회장에게는 적지 않은 부담을 던져줄 수 있다.
조 회장은 취임한 뒤부터 ‘하나의 신한’을 강조하며 신한금융의 브랜드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것과 동시에 신한금융의 정체성을 강화하는 조직문화를 만들어 그룹 계열사의 역량을 하나로 모으기 위해 기울여왔는데 이런 노력에도 흠집이 생길 수 있다.
조 회장이 이번 인사결과를 조직 구성원들에게 납득하기 위해서는 중장기 목표로 세운 ‘2020 스마트 프로젝트’를 달성해 성과를 보여주는 방법뿐이라는 말도 나온다.
‘2020 스마트 프로젝트’는 신한금융그룹 계열사별로 2020년까지 1등 사업부문을 늘려가는 것을 목표로 글로벌과 디지털 강화를 통해 각 사업부문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방안을 담고 있다.
‘2020 스마트 프로젝트’를 이루기 위한 총력전을 펼칠 수 있는 시간이 1년 남은 상황에서 조 회장이 이번 인사를 통해 사실상 승부수를 던졌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조 회장은 올해 신한금융그룹 계열사에 입사한 신입직원들에게 ‘하나의 신한’을 강조하며 ‘초심’과 ‘협업(어울림)’, ‘으뜸’을 당부했다. 조 회장으로서는 이번에 전격적으로 발탁된 새 자회사 최고경영자들과 그룹 사업부문장들에게도 해주고 싶은 말일 것이다. [비즈니스포스트 최석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