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EB하나은행이 임금 통합을 놓고 노동조합과 여전히 합의를 이루지 못하고 있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은행이 급여, 인사, 복지제도 통합을 위해 노사 공동 태스크포스팀(TFT)을 꾸렸지만 합의안이 시행되기까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노사 공동 태스크포스팀은 9월 말까지 인사, 급여, 복지제도 등에서 하나은행과 외환은행 출신 직원들을 통합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지만 합의가 늦어져 올해를 넘길 것으로 예상된다.
태스크포스팀 내부에서 가장 큰 갈등 요인은 급여와 성과급 등 임금 통합과 관련한 문제다.
현재 하나은행은 하나은행 출신 직원들과 외환은행 출신 직원들의 급여 체계를 따로 관리하고 있다.
합병 전 두 은행의 급여 체계가 달랐던 만큼 통합 후 같은 직급의 직원이라도 출신 은행이 다르면 받는 급여가 달라지는 사례가 많다.
합병 전 외환은행의 평균연봉은 하나은행보다 크게 높았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합병 전인 2014년 외환은행 직원의 평균연봉은 8천만 원으로 하나은행(7300만 원)보다 700만 원가량 많다.
하나은행 노조 관계자는 “외환은행과 하나은행의 급여 차이가 나는데 이를 무조건 중간 평균값으로 수렴할 수도 없는 것”이라며 “기존 연봉을 받던 외환은행 직원들의 급여가 삭감될 수 있기 때문에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말했다.
준정년 특별퇴직제도를 놓고서도 노조와 회사의 대립이 지속되고 있다.
준정년 특별퇴직제도는 외환은행이 조직 규모를 줄이기 위해 시행하던 제도다. 노조와 사측은 이 제도에 따른 퇴직금 산정을 놓고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노조는 기존 외환은행의 방식대로 2년 치에 해당하는 급여를 퇴직금으로 구성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회사는 18개월 치의 급여를 퇴직금으로 줘야 한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하나은행은 그동안 전산 시스템 통합, 통합노조 출범 등 물리적 결합에 성공했지만 여전히 급여나 인사제도 등과 관련한 완전한 통합을 이루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직급 체계와 관련해서는 어렵사리 합의점을 찾아 앞으로 임금통합에 긍정적 영향을 줄 수도 있다.
하나은행 노조 관계자는 “하나은행의 직급체계인 행원, 책임자, 관리자 등 간소화된 직급 시스템을 바탕으로 새로운 직급체계를 만들기로 합의를 이뤘다”고 말했다.
현재 하나은행은 행원, 책임자, 관리자로 직급체계가 간소한 반면, 외환은행은 행원, 과장, 차장, 관리자 등으로 다소 복잡하게 구성된다. 그러나 직급체계가 통일된 만큼 이를 기반으로 급여체계를 통합하는 데 탄력이 붙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합의안을 이루겠다고 한 시점인 9월과 비교해 2~3개월 정도 미뤄졌지만 노조와 사측이 합의안을 도출해 내기만 하면 시행은 곧바로 들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윤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