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호 기자 sangho@businesspost.co.kr2018-10-24 16:3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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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협 고액연봉자가 4년 만에 2배로 늘었으나 농업인을 위한 교육지원사업이나 상생기금조성 등은 미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농협 임직원들의 높은 연봉은 질타의 대상이 된 반면 농업인을 위한 지원사업은 답보상태에 있거나 줄어든 것으로 지적됐다.
▲ NH농협 로고.
정운천 바른미래당 의원이 농협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농협의 주요 8개 법인에서 전체 임직원 가운데 연봉 1억 원 이상을 받는 임직원은 2017년 기준으로 3878명으로 집계됐다.
주요 8곳 법인은 농협중앙회, 농협금융지주, 농협경제지주, NH농협은행, NH농협생명보험, NH농협손해보험, 농협하나로유통, 농협양곡 등이다.
연봉 1억 원 이상 고연봉자의 비중은 주요 8곳 법인의 2017년 전체 직원 수 1만9946명 기준으로 19.4%에 해당한다.
2013년 1973명과 비교하면 4년 만에 연봉 1억 원 이상 임직원 수가 2배로 늘어났다. 같은 기간 농협 8곳 주요 법인의 전체 직원 수는 2013년 1만8991명에서 5.02% 늘어나는 데 그쳤다.
정 의원은 "농민 수는 급감하고 농업 소득은 정체돼 농촌이 어려운 상황인데도 농협은 농협만을 위한 조직이 돼가고 있다"며 "농협은 임직원 배불리기보다 농민을 위한 조직으로 거듭나기 위한 강력한 조직쇄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농협유통, 부산경남유통, 대전유통 등 농협경제지주의 유통자회사는 실적 부진에도 최고경영자(CEO)들이 법인의 영업이익 대비 높은 연봉을 받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2017년 기준으로 농협유통은 영업이익 48억 원에 최고경영자 연봉이 2억 원으로 나타났다. 부산경남유통은 영업이익 7억 원에 최고경영자 연봉 1억3천만 원, 대전유통은 영업이익 4억 원에 최고경영자 연봉 1억 원으로 조사됐다.
이만희 자유한국당 의원은 농협 유통자회사의 경영실태를 놓고 "농협이 추진하고 있는 유통 자회사 통합이 지지부진한 데다 각 회사의 영업이익도 지속적으로 줄고 있다"며 "민간회사라면 실적 부진을 책임지고 물러나야 할 경영실적을 내고도 누구 하나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고 말했다.
반면 농협의 농업인을 위한 교육지원사업비는 오히려 줄고 있다.
2017년 기준으로 농협의 교육지원사업비 규모는 2835억 원이다. 2005년에 3390억 원, 2008년에 3116억 원을 보인 뒤 꾸준히 줄어 다시 3천억 원을 넘긴 적이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농협의 교육지원사업은 농축협 발전 지도, 농업인 복지 증진, 농정활동 및 교육사업 등에 쓰이는 것으로 농업인의 권익을 대변하고 농가소득 증대를 통해 농업인의 삶의 질에 도움을 주는 사업이다.
농민을 지원하기 위한 농어촌상생협력기금 조성도 지지부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농어촌상생협력기금은 자유무역협정(FTA) 체결로 피해를 입게 되는 농어촌 주민들을 위해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공공투자만으로 해결이 어려운 농어촌 현안을 대비하기 위한 기금이다.
정운천 의원은 농어촌상생기금 출연현황 자료를 공개하며 농협의 자회사 33곳 가운데 농협케미칼과 농협물류가 각각 1천만 원, 2천만 원을 출연한 것이 농협의 농어촌상생기금 기여분의 전부였다고 밝혔다.
정 의원은 농협이 평창동계올림픽에 28억 원을 후원하고 관람티켓도 6억700만 원어치를 사들인 점을 들며 “농협이 평창동계올림픽에는 수십억 원의 후원금을 내면서 정작 농업인을 위한 기금 마련에는 인색한 행태를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