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은 5일 ‘레그테크 발전협의회’를 출범하고 첫 회의를 열었다. 협의회를 통해 핀테크 기업의 금융 규제 준수를 위한 인프라를 구축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윤 원장이 9월10일 핀테크기업과 소통하기 위해 마련된 자리인 핀톡(FinTalk)에서 KT와 손잡고 아시아 최초로 ‘MRR’ 시범사업을 추진하기로 밝힌 것과 같은 흐름의 계획들이다.
'MRR'은 기계(Machine)가 인식할 수 있는(Readable) 금융 법규(Regulation)라는 뜻이다.
금감원은 9월27일에는 KB국민은행, 아마존웹서비스와 전자금융 사기 방지를 위한 인공지능(AI) 알고리즘 개발 업무협약도 맺었다.
금감원이 개발하는 알고리즘은 휴대전화 문자정보를 분석해 금융사기 여부를 판단하고 이용자에게 알려주는 것이다.
윤 원장은 금융 규제와 감독에 정보기술을 접목하는 새로운 생태계를 구상하고 있다.
사람이 일일이 법규를 찾아보고 관련 업무의 타당성을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인공지능을 통해 업무의 법규 저촉 여부를 자동으로 확인하는 등 복잡한 금융시장 구조를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어 금융당국과 금융회사에 모두 도움이 된다.
윤 원장은 “핀테크에서 레그테크를 거쳐 섭테크로 이어지는 혁신 생태계를 조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레그테크는 규제(Regulation)와 기술(Technology)의 합성어이고 섭테크는 감독(Supervision)과 기술(Technology)의 합성어다. 정보기술을 활용해 금융 규제와 감독 업무를 자동화하고 효율화하는 기술이다.
금감원은 레그테크의 전제가 되는 MRR 시범사업으로 MRR 기능을 이용할 수 있는 표준 API(Application Programming Interface)를 마련해 금융회사에 제공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윤 원장은 “컴퓨터 시스템이 스스로 금융 규제를 인식하고 규제 준수 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만들어 올해 안에 시범운영에 착수할 것”이라며 “학계와 법조계 등 전문가로 구성된 레그테크 발전협의회를 만들고 금융회사와 정보기술기업 등을 대상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 원장은 금융산업에 정보기술이 빠르게 적용되면서 금융환경이 급변하고 있어 금융감독의 공백과 부작용을 없애기 위해 시스템의 큰 변화가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그는 “4차산업 시대에 핀테크 확산에 따른 금융 규제 공백 발생에 대비해 핀테크 서비스 동향을 예의 주시하면서 이 서비스에 내재된 잠재적 문제를 신속히 파악할 것”이라며 “관계 부처에 법규 제정, 개정도 건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레그테크와 섭테크의 도입을 위해 현행 금융 규제의 체계가 네거티브 규제로 바뀌어야 한다는 점에도 공감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현행 규제 방식이 어떠한 것을 할 수 있는 지 법 조문에 적어 놓는 ‘포지티브 규제’여서 핀테크 접목에 어려움이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윤 원장은 “금융산업의 수준이 한 단계 높아지기 위해서는 허용되지 않는 행위를 법에 명시하는 방식의 네거티브 규제가 필요하다”면서도 “한 번에 규제체계 전체를 바꾸기는 어렵고 감독당국으로서는 핀테크 발전에 따른 소비자 보호 문제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