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용 기자 romancer@businesspost.co.kr2018-09-21 15: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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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견제약사 하나제약이 코스피 상장을 앞두고 있다.
하나제약은 마취제 분야에서 탄탄한 입지를 기반으로 꾸준한 성장을 거두고 있는데 이번 상장을 통해 도약을 모색하고 있다.
▲ 이윤하 하나제약 대표이사.
하나제약은 상장을 앞두고 오너의 탈세 전력이 부각됐지만 전문경영인 체제 구축으로 재발 가능성을 없앴다고 강조하고 있다.
21일 거래소에 따르면 하나제약은 10월2일 코스피시장에 상장된다.
하나제약의 공모가는 2만6천 원으로 확정됐다.
하나제약은 이번 상장으로 공모자금 1061억 원을 확보한다. 공모가 기준 하나제약의 시가총액은 4천억 원 수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하나제약은 1958년 설립된 우천제약이 전신이다. 조경일 전 하나제약 회장이 1996년 우천제약을 인수하면서 하나제약으로 이름을 바꿨다. 우천제약이 1978년 법인화를 했기 때문에 하나제약은 40년의 업력을 가진 회사로 간주되고 있다.
하나제약은 다양한 분야에서 특허가 끝난 복제약을 판매하고 있다. 특히 마취제 분야에서 강점을 보이고 있다.
하나제약의 마약성 진통제 하나구연산펜타닐주는 동일성분 마취제 시장에서 점유율 56%로 1위 제품이다. 흡입 마취제인 세보프란흡입액도 시장 점유율 49%로 1위를 기록하고 있다.
특히 대중들에게 유명한 프로포폴 분야에서도 ‘아네폴’로 개인병원시장 점유율 24%를 기록하며 1위를 차지하고 있다.
하나제약의 실적은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하나제약은 2007년 414억 원의 매출을 내던 회사였으나 2015년 1천억 원을 넘었고 2017년에는 매출 1393억 원, 영업이익 319억 원을 냈다.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은 2016년보다 각각 12%, 35% 늘어났다. 2018년 상반기에도 매출 743억 원, 영업이익 158억 원을 내며 안정적 성장을 하고 있다.
수익성도 꾸준히 개선되고 있다. 하나제약의 영업이익률은 2015년 14.2%, 2016년 19%, 2017년 22.9% 등 지속적으로 높아지고 있다.
하나제약은 "마취·마약류 의약품은 정부의 엄격한 유통관리를 받고 있고 동일성분 제품은 복제약이 5개 밖에 허용이 되지 않기 때문에 진입장벽이 있다"고 설명했다.
KTB투자증권에 따르면 2016년 기준으로 마약·마약류 의약품 허가제조사는 73개이나 실질적으로는 10개 미만의 소수 제약사가 독점하고 있다.
최종경 BNK투자증권 연구원은 “영업이익률 20%대는 제약업계에서 흔치 않다”며 “하나제약은 마취, 마약성 진통제뿐만 아니라 다양한 품목에서 고른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하나제약은 이번 상장을 통해 한 단계 도약을 꿈꾸고 있다.
하나제약은 올해 3월부터 혁신마취제 신약인 ‘레미마졸람’의 임상3상을 진행하고 있다.
레미마졸람은 2013년 독일의 바이오벤처인 파이온이 개발한 마취제 신약인데 글로벌 임상2상이 끝나고 각 국가별로 3상 판권을 판매했다.
하나제약은 2013년 3백만 달러를 들여 레미마졸람 국내 판권을 사왔다. 하나제약은 레미마졸람 출시 이후 10년 동안 독점판권을 가지게 된다.
레미마졸람은 기존 진정·수면마취제인 ‘프로포폴’과 ‘미다졸람’의 장점만 결합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프로포폴은 마취와 회복이 빠르다는 장점이 있지만 호흡곤란과 심정지 등의 부작용이 있는 반면 미다졸람은 회복시간이 길다는 단점이 있다.
레미마졸람은 효과가 프로포폴처럼 높지만 부작용은 미다졸람처럼 적다. 하나제약은 레미마졸람의 동남아 수출 계획도 세워놨다.
▲ 조경일 하나제약 전 회장.
하나제약 투자의 최대 리스크는 과거 탈세 전력이 꼽히고 있다.
하나제약은 2011년 당시 국세청으로부터 세무조사를 받고 245억 원을 추징받았다. 2015년에도 세무조사를 통해 47억 원이 추징됐다.
조경일 전 회장 외 2인과 하나제약은 조세포탈혐의로 검찰에 기소됐고 올해 5월 2심 판결에서 조경일 전 회장은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 및 벌금 77억 원을 선고받았다. 하나제약도 50억 원의 벌금 선고유예 판결을 받았다.
하나제약은 조 전 회장이 퇴사하고 2016년부터 전문경영인 체제를 도입하며 경영체제 개선에 주력했다. 올해 2월에는 우리들제약 대표, 서울제약 대표 출신의 이윤하 사장이 대표이사로 취임했다.
그러나 조경일 전 회장의 아들인 조동훈 부사장 등 특수관계자들의 지분이 총 77.94%이나 되고 상장 이후에도 58.3%에 이르기 때문에 상장 이후 오너리스크가 재발할 가능성을 의심하는 시선도 업계 일부에 여전히 존재한다.
하나제약은 상장 과정에서 희망공모가로 2만4500원~2만8천 원을 제시했는데 최상단인 2만8천 원이 아닌 2만6천 원으로 공모가가 정해졌다. 이를 놓고 오너리스크 재발 우려가 투자심리에 악영향을 끼쳤다는 분석도 나왔다.
하나제약은 이와 관련해 “2차례의 세무조사를 통해 추징 받은 세금은 전액 납부했고 재발방지를 위해 조 전 회장의 퇴사와 전문경영인 체제 구축, 법조인 출신 사외이사 영입 등으로 내부통제를 강화했다”며 “거래소도 이와 같은 경영시스템을 검증하고 상장을 허가했다”고 밝혔다.
하나제약은 내년에 정기세무조사를 받을 가능성이 높다. 내년 세무조사 결과에 따라 하나제약에 관한 대외 신뢰도가 크게 달라질 가능성도 있다.
하나제약은 상장을 앞두고 제출한 투자설명서에서 “2019년 정기세무조사가 진행될 가능성이 높고 세무조사를 통한 과다한 규모의 세금부과 등이 발생하면 재무안정성에 부정적 영향이 발생할 수 있다”라고 밝혔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승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