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창규 KT 대표이사 회장이 경영보폭을 다시 넓히고 있다.
경찰의 정치자금법 위반 수사로 경영활동에 위축된 모습을 보였는데 이 사건이 사실상 매듭되자 KT의 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11일 KT에 따르면 황 회장이 12일 미국 출장길에 오른다. 황 회장은 미국 로스앤젤레스 컨벤션센터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이동통신 박람회 ‘MWC 아메리카 2018’에 참석해 KT의 5G 기술을 세계에 알린다.
KT는 국내 통신사 가운데 유일하게 이번 행사에서 부스를 연다. 2019년 3월 5G 상용화를 앞두고 마지막 이동통신 박람회인 만큼 황 회장이 직접 행사를 챙겼던 것으로 알려졌다.
황 회장은 그동안 대외활동을 자제하는 모습을 보였다. 경찰이 올해 들어 KT 정지자금법 위반 수사를 벌이면서 황 회장에게 부담으로 작용했다. 황 회장이 직접 경찰에 나가 조사를 받기도 했다.
그러나 황 회장은 최근 경찰 수사에서 완전히 벗어났다. 경찰은 7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KT 전·현직 임원 3명의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황 회장은 제외됐다. 검찰은 10일 이들의 구속영장마저도 반려했다.
KT는 10일 5G와 인공지능(AI) 등에 5년 동안 23조 원을 투자하고 3만6천 명을 채용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았는데 이 또한 KT가 경찰 조사 리스크에서 벗어났다는 황 회장의 자신감이 반영됐다는 시각도 자리잡고 있다.
황 회장이 앞으로 KT의 성장동력 확보와 실적 개선을 위해 더욱 적극적 행보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KT 경영상황은 이동통신3사 가운데 가장 좋지 않은 것으로 평가된다.
LG유플러스는 유무선사업 모두에서 호조를 보이며 실적이 증가하고 있고 SK텔레콤은 자회사의 성장을 바탕으로 본업의 수익성 악화를 방어하고 있다.
하지만 KT는 무선사업의 정체와 더불어 자회사 BC카드 등의 실적 악화가 겹치면서 좀처럼 실적 개선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KT 주가는 1년 사이 3만 원대에서 2만8650원으로 떨어졌는데 같은 기간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 주가가 약 10% 상승한 것과 대비된다.
김현용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KT가 실적을 개선하려면 양호한 수준의 유선사업만으로는 부족하다”며 “KT는 유무선을 제외한 새 성장사업도 뚜렷하지 않아 무선사업의 영업이익 감소를 상쇄할 만한 수익이 나오기 힘든 구조”라고 분석했다.
이런 상황에서 황 회장이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5G통신을 선보인 데 긍지를 보여왔던 만큼 5G통신 상용화 과정에서 우위를 선점하고 새 성장동력을 발굴하기 위해 KT의 역량을 더욱 쏟아부을 것으로 보인다. [비즈니스포스트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