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오 DGB금융지주 회장이 외부출신 인사라는 한계를 딛고 조직 장악력을 높이고 있다.
새 대구은행장을 뽑는 시기를 눈앞에 두고 있는데 영향력을 시험하는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18일에 열리는 대구은행 이사회에서 새 대구은행장을 뽑기 위한 임원추천위원회의 구성 논의가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이 그룹의 최우선 과제로 점찍은 하이투자증권 인수가 사실상 마무리되는 단계에 접어들어 본격적으로 일을 하기 위한 진용이 갖춰져야 하기 때문이다.
금융위원회는 12일 정례회의 안건으로 DGB금융지주의 하이투자증권 인수 승인안을 심사한다. 마지막 실무작업도 모두 마무리된 상황으로 큰 잡음없이 통과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김 회장은 오랫동안 지지부진했던 하이투자증권 인수를 마무리하게 된 만큼 이를 발판으로 삼아 본격적으로 그룹 영향력을 끌어올리기 위한 채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DGB금융지주는 14일 외부 컨설팅을 통해 마련한 그룹 지배구조 개선안을 내놓는다.
개선안에는 대구은행장 추천권을 은행 이사회에서 지주 이사회로 옮겨오는 방안 등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지주에 계열사경영관리위원회를 만들어 대구은행 등 DGB금융 계열사 7곳의 최고경영자를 추천하는 방식이다. 그동안 행장 추천권은 대구은행 사외이사로 구성된 임원추천위원회가 쥐고 있고 지주 회장은 임명권만 있었다.
이 방안이 DGB금융지주 이사회를 통과하게 되면 김 회장이 계열사경영관리위원회를 통해 계열사 최고경영자(CEO)와 임원 후보를 추천하는 직접적 영향력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
이와 함께 지주사 임원이 계열사 비상임이사를 겸직하고 그룹 계열사에 경영 문제 등이 불거졌을 때 이를 조사할 특별검사역을 도입하는 방안 등도 개선안에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등이 내부 통제를 강화하라며 요구하고 있는 점을 수용하면서 계열사에 영향력을 넓힐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번 지배구조 개편안이 확정되면 7월 그룹 임원인사 이후부터 비어있는 대구은행장, DGB데이터시스템, DGB신용정보 등의 최고경영자(CEO) 및 주요 요직에 김 회장과 호흡을 맞추며 그룹 체질개선을 함께 이끌어나갈 ‘우군’들을 채울 수 있게 된다.
다만 은행 사외이사들이 은행 경영의 독립성과 이사회 권한 축소 등을 이유로 반발할 수 있다는 점은 변수로 꼽힌다.
또 김 회장이 추진하는 방안이 당장 이번 대구은행장 선임 과정부터 적용되려면 대구은행장 선임이 더욱 늦춰져야한다는 점도 부담으로 남아있다.
DGB금융 관계자는 “외부 컨설팅 결과가 아직 나오지 않은 데다 결과가 나오더라도 조직 내부에서 충분한 논의를 거쳐 결정될 것”이라며 “아직 구체적으로 정해진 바는 없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최석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