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태수 전 한보그룹 회장의 체납 세금 회수 작업이 시작됐다. 정 전 회장은 2천억 원이 넘는 세금을 내지 않아 역대 최고 세금 체납을 기록하고 있다. 정 전 회장의 아들도 수백억 원 대의 세금을 체납하고 있다. ‘한보 정태수 망령’은 지금도 진행중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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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태수 전 한보그룹 회장 |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는 25일 서울지방국세청으로부터 정 전 회장 명의의 부동산 공매 의뢰를 받아 체납 세금 회수 조치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공매 대상인 부동산은 정 전 회장이 소유한 서울 강남구 대치동 1020-1의 토지 2190㎡로 경찰 치안센터와 은마아파트 재건축 단지 일부가 포함됐다.
공시지가는 217억 원이며 현 시세는 약 300억 원으로 추산된다. 그동안 미등기 토지였던 이곳은 국세청의 요청을 받은 서울시가 직권으로 등기를 처리하면서 정 전 회장 소유로 확인됐다.
캠코는 이 토지에 관한 감정평가와 현황조사 및 공매 공고 절차를 거쳐 오는 6월 자사 전자자산처분시스템인 ‘온비드’를 통해 공개경쟁입찰을 실시한다.
이번 조치는 서울시가 추진 중인 ‘2014년 시세 체납 관리 종합추진계획’ 중 하나로 보인다. 서울시는 이달 4일 고액 체납자 단속을 위한 태스크포스(TF)를 가동해 지난해보다 6%포인트 오른 2천억 원의 체납 세금을 거두겠다고 밝혔다.
특히 정 전 회장을 비롯해 최순영 전 신동아그룹 회장, 조동만 전 한솔 부회장, 나승렬 전 거평그룹 회장 등 사회저명인사 출신 고액 체납자 38명에 대한 징수 활동을 강화하겠다고 다짐했다. 이들의 총 체납 세금은 866억 원에 달한다.
정 전 회장은 2225억 원의 세금이 밀려 지난 2004년 국세청이 고액 체납자 명단 공개를 시행한 이래 누적 체납액 1위를 기록했다. 1992년 부과된 증여세 등 총 73건의 세금을 내지 않았다. 올해 92세인 정 전 회장이 사망할 경우 세법에 따라 체납 세금 환수는 불가능해진다.
정 전 회장은 지난 2007년 한보 비리와 노태우 전 대통령 비자금 사건 등으로 재판을 받던 도중 해외로 도피해 현재 키르기스스탄에 은신중이다. 현지에서 금광 인수를 시도하는 등 상당량의 차명 재산이 남아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 와중에 며느리가 학장으로 근무 중인 강릉 영동대학의 교비를 횡령해 도피자금으로 쓰기도 했다.
캠코는 2007~2010년 정 전 회장의 회원권 등을 공매로 처분해 15억3500만 원을 국고로 환수했다. 서울시도 1천억 원대의 가치가 있다고 평가받던 정 전 회장 소유의 서울 송파구 장지동 토지 3만2289㎡의 환매권을 압류해 지방세 채무 682억 원을 환수했다. 그러나 전체 미납액을 감안하면 이같은 환수금액은 미미한 수준이다.
정부의 골칫거리는 정 전 회장이 전부가 아니다, 정 회장의 셋째 아들인 정보근 전 한보철강 대표이사도 644억 원의 세금을 내지 않고 있다. 지난해 기준으로 아버지의 뒤를 이어 고액 체납자 3위를 기록했다. 정 전 대표는 지난해 9월 한 방송사와 인터뷰에서 “무슨 사업이든 해서 (밀린 세금을) 갚으려고 노력하겠다”고 밝혔지만 아직도 세금을 내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