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의약품의 복제약인 바이오시밀러가 제약업계의 블루오션으로 각광받고 있다.
주요 바이오의약품의 특허가 이미 만료됐거나 만료를 앞두고 있어 복제약인 바이오시밀러 시장이 앞으로 폭발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기대된다.
세계적으로 고령화가 빨라지고 있어 의료비가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각 나라들이 의료보험 지출 등 의료비 절감을 위한 방안을 찾고 있어 복제약인 바이오시밀러 사용은 갈수록 늘어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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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창범 한화케미칼 사장 |
바이오시밀러 시장은 2010년 22억 달러에서 2020년 905억 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체 의약품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0.3%에서 7.6%로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이런 전망 속에 국내 대기업 계열사들이 앞다퉈 바이오시밀러 사업에 나서고 있다. 대기업의 자본력이 바이오시밀러 개발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바이오시밀러는 살아있는 세포의 생물학적 반응을 이용해 만든 바이오의약품의 복제약품이다.
화학반응으로 제조되는 합성의약품 복제약의 경우 동일한 성분이라면 오리지널과 같은 효능을 보인다. 그러나 바이오의약품의 복제약은 세포의 배양조건과 정제방법에 따라 효능이 완전히 같지 않다. 이 때문에 바이오의약품은 오리지널과 ‘동등성’을 입증해야 한다.
이런 차이로 합성의약품의 복제약은 제너릭(Generic)으로, 바이오의약품의 복제약은 바이오시밀러(Biosimilar)로 구분해서 부른다.
제너릭의 경우 오리지널과 효과가 같기 때문에 별도의 임상실험이 필요없다. 그래서 개발과 제조비용이 저렴해 중소 제약사들도 가격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
하지만 바이오시밀러는 화학물질이 아니라 세포와 단백질을 이용하기 때문에 연구개발 자체도 많은 비용과 오랜 시간이 걸리는 데다 효능 입증을 위해 임상실험을 진행해야 해서 많은 투자가 필요하다.
일반적으로 제너릭의 경우 개발기간 3~5년, 개발비용은 2억 달러 수준이다. 그러나 바이오시밀러는 개발기간 8~10년, 개발비용 6억 달러가 들어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때문에 바이오시밀러는 복제약의 장점인 가격경쟁력을 갖추기 쉽지 않다.
바이오시밀러는 어느 정도 ‘규모의 경제’가 필요하기 때문에 단순히 기술력만으로 시장에 진입할 수 없어 진입장벽이 높다. 대량생산에 따른 원가절감과 글로벌 네트워크 구축으로 마케팅 비용에 이점이 있는 대기업이 바이오시밀러에 뛰어드는 이유다.
하지만 진입장벽이 높기 때문에 시장을 선점하면 막대한 이익을 거머쥘 수 있다는 점은 매력적이다. 복제약이기 때문에 신약개발보다 개발 리스크가 작은 점도 대기업들이 바이오사업에서 단기간에 성과를 내기 위해 바이오시밀러를 선택하는 요인이다.
업계 관계자는 “바이오시밀러는 기본적으로 자본이 어느 정도 받쳐줘야 할 수 있다”며 “대기업들이 공격적으로 시장공략에 나서고 있어 기존 제약사들이 섣불리 도전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박재철 KB투자증권 연구원은 “바이오시밀러는 제품 개발과 생산의 진입장벽이 높다”며 “극소수의 기업이 고수익을 독차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 연구원은 “셀트리온과 삼성바이오에피스가 글로벌시장을 주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셀트리온은 미국에 바이오시밀러 램시마 승인을 신청했고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유럽에 SB4 승인을 신청하고 있어 국내 바이오시밀러 업계에서 세계시장 진출에 가장 앞서 있다.
이밖에도 바이오시밀러 시장을 노리고 있는 대기업계열사들이 많다. 한화, LG, CJ, SK 등 국내 유수의 대그룹들은 모두 바이오시밀러시장에 도전하고 있거나 진출을 타진하고 있다.
한화케미칼은 이미 국내에서 바이오시밀러 제품인 다빅트렐의 판매허가를 획득했다. 셀트리온에 이어 바이오시밀러 국내판매를 허가받은 것은 한화케미칼이 두 번째다.
다빅트렐은 류머티즘 관절염 치료제 엔브렐의 바이오시밀러다. 한화케미칼은 지난해 11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다빅트렐 판매허가를 받았다.
한화케미칼은 지난달 독일 제약사 머크와 다빅트렐 기술 및 판권 이전에 합의했다. 아직 구체적 조건은 나오지 않았으나 1분기 안으로 계약을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한화케미칼이 머크와 손잡은 것은 유럽시장 진출을 위해서 단독으로 도전하는 것보다 유력 제약사를 파트너로 삼는 것이 유리하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이로써 유럽에서 이번달 특허가 만료되는 엔브렐의 바이오시밀러시장에서 한화케미칼의 다빅트렐과 삼성바이오에피스의 SB4가 맞붙게 됐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엔브렐 바이오시밀러 가운데 가장 먼저 유럽의약국에 SB4의 판매승인을 신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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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일재 LG생명과학 사장 |
한화케미칼은 바이오시밀러사업에서 다빅트렐 외에 결과물을 내놓지 못하면서 바이오시밀러사업 철수를 검토하기도 했다. 한화케미칼은 지난해 11월 폴 콜만 바이오사업부문 대표 등 담당임원 4명을 해임했다.
한화케미칼은 새로운 바이오시밀러 개발을 추진하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으나 다빅트렐 사업은 지속하기로 했다.
LG생명과학도 엔브렐의 바이오시밀러인 LBEC0101과 류머티즘 관절염 치료제 휴미라의 바이오시밀러 LBAL의 임상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2016년 시판을 목표로 삼고 있다.
LG생명과학은 현재 떠오르는 항체 바이오시밀러의 이전 세대 바이오시밀러인 호르몬 바이오시밀러에서 성과를 올린 적이 있다. LG생명과학은 1993년 국내최초로 성장호르몬 ‘유트로핀’을 출시해 미국과 유럽에서 허가를 받았다.
CJ헬스케어도 지난해 빈혈 치료제인 네스프의 바이오시밀러 CJ-40001 개발에 착수했다. 네스프는 일본 기린과 다국적 제약사인 암젠이 공동으로 개발해 세계에서 30억 달러 이상 판매되고 있다.
CJ헬스케어는 뒤늦게 바이오시밀러사업을 시작해 아직 초기단계지만 삼성, 한화 등과 제품중복을 피해서 성과를 내겠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SK케미칼도 바이오시밀러사업 진출을 타진했다. SK케미칼은 지난해 11월 외부컨설팅을 통해 바이오시밀러사업 타당성을 검토했다.신약개발에 바이오시밀러를 추가해 제약 포트폴리오를 강화하는 방안을 모색 중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SK케미칼은 아직 바이오시밀러시장 진출선언은 이르다는 입장을 보인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