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창규 KT 대표이사 회장이 인공지능 플랫폼 ‘기가지니’를 외부에 개방하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아직 걸음마 수준인 국내 인공지능 생태계를 활성화하고 기가지니의 활용도를 높여 KT의 인공지능 기술력도 끌어올리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6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KT가 인공지능 플랫폼 기가지니의 가입자 수 확보와 생태계 확장에 집중하고 있다.
KT는 올해 7월 인공지능 스피커 기가지니 출시 18개월 만에 100만 가입자를 확보했다. 국내 인공지능 스피커시장에서 가장 많은 가입자를 확보한 것으로 올해 말까지 150만 가입자를 달성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황 회장은 3일 임직원들에게 이메일을 보내 “하나로 움직이는(Single) KT의 저력을 보여준 놀라운 성과”라며 “기가지니는 인터넷TV(IPTV)와 인터넷, 무선 등 통신사업 전반의 동반 성장을 지원하게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KT는 인공지능 스피커를 시작으로 기가지니의 적용범위를 모바일, 차량, 호텔 등으로 확장하고 있다.
KT는 특히 기가지니를 개방형 플랫폼으로 바꾸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KT는 7월 경기창조경제혁신센터에 ‘개방형 기가지니 테스트베드’를 열었다. 중소벤처기업들이 기가지니 서비스 개발에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도록 한 것인데 협력회사가 아닌 기업에 시험공간을 개방한 것은 처음이다.
5월에는 기가지니 기반 애플리케이션 개발을 지원하는 '기가지니 응용 프로그래밍 인터페이스(API) 서비스를 출시했다. API란 특별한 프로그래밍 기술이 없어도 개발자가 원하는 앱을 쉽게 만들 수 있도록 구성한 소스코드 모음을 말한다.
최근에는 국내 최초로 일반 이용자가 직접 인공지능 스피커를 만들 수 있는 ‘인공지능 메이커스 키트’를 내놓기도 했다.
KT가 이처럼 기가지니를 외부에 개방하고 있는 것은 인공지능 시장에서 경쟁 우위를 확보하는 데 있어 생태계 구축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이다.
국내에서 인공지능 기술을 개발하고 있는 곳은 KT 외에도 많다. SK텔레콤과 같은 통신 경쟁사뿐만 아니라 삼성전자, 네이버 등 전자, IT 기업들도 인공지능 기술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아직 초기단계인 국내 인공지능시장에서 KT가 다른 기업들보다 우위에 서려면 더 많은 사람이 기가지니를 사용하도록 해야 한다. 인공지능 기술은 많은 사람이 사용해 데이터를 더 많이 확보할수록 기술력도 향상되는 특징이 있기 때문이다.
▲ KT 인공지능(AI) 스피커 '기가지니'. |
KT는 다양한 분야에 기가지니를 적용하고 있지만 KT 혼자서 인공지능 기술 발전과 제품 개발을 모두 맡기에는 역부족이다.
따라서 기술을 개방해 다양한 분야의 기업들이 각자에게 맞게 기가지니를 개발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란 분석이 나온다.
기술 개방을 통해 기가지니의 활용도를 높이면 이것이 결국 인공지능 기술 발전으로 이어지는 선순환구조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황 회장은 당분간 인공지능 기술을 통해 수익을 올리기보다 인공지능 생태계를 넓히는 데 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황 회장은 올해 초 신년사에서 2018년을 통신사의 변화가 가시화되는 ‘결정적 순간’이라고 규정하며 인공지능 등 신사업에 힘을 쏟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KT가 그동안 인공지능 스피커 가입자를 모으는 데 집중했다면 앞으로는 인공지능 기술의 적용영역을 확대하는 데 초점을 모을 것”이라며 “기가지니의 생태계 확대를 위한 외부업체와 협력이 더욱 두드러질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