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정 기자 hyunjung@businesspost.co.kr2018-07-13 17:4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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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가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주석공시 누락을 어떤 관점으로 보고 '고의성'을 확신했을까?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증권선물위가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주석공시를 누락한 데에 고의성이 있다고 확정한 만큼 앞으로 검찰 수사와 금융감독원의 재감리, 추가 증권선물위의 논의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살펴봐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 김용범 증권선물위원장 겸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1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 고의적 공시 누락 결과를 발표한 뒤 기자들과 질의응답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용범 증권선물위원장 겸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12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고의로 공시를 누락한 이유를 무엇으로 보느냐는 질문에 “당연히 고의인지 중과실인지 등을 판단할 때는 ‘동기’를 놓고 많은 논의를 한다”며 “검찰 고발을 앞두고 있기 때문에 중대한 판단의 근거를 지금 밝힐 수는 없지만 증권선물위 전원이 똑같은 의견을 냈다”고 말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2012년과 2013년 감사보고서를 살펴보면 바이오젠의 콜옵션을 놓고 언급이 전혀 없다. 2014년도에는 행사조건 등 약정 내용은 빠진 채 바이오젠의 콜옵션을 우발부채로 주석공시했다.
2012년부터 2013년까지 공시만 보면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삼성바이오에피스 지분을 85% 보유한 지배회사이고 바이오젠은 삼성바이오에피스 지분 15%를 들고 있는 합작 파트너사에 불과하다.
겉으로 보기에는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영향력이 직접적으로 미치는 회사로 삼성바이오로직스와 거의 한 몸에 가까운 회사인 셈이었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2012년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설립했을 때 삼성그룹은 바이오제약 사업에 필요한 제품 개발, 임상, 인허가, 제조, 판매 등의 역량을 모두 갖추게 됐다는 평가를 받았다.
당시 삼성그룹은 반도체 이후 바이오를 신사업 동력으로 삼고 바이오 의약품을 위탁생산하는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바이오시밀러 개발을 담당하는 삼성바이오에피스까지 더해 삼성그룹 바이오사업의 진영이 완성됐다는 것이다.
이런 점을 미뤄보아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삼성바이오에피스에 '영속적이고 완전한 경영권이 있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시장에 알리고 싶지 않았을 것이라는 말이 나온다.
바이오젠이 지분 49.9%가량을 취득할 수 있다는 의미는 바이오젠의 의지에 따라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삼성바이오에피스 경영권이 위협되는 상황이 언제든 찾아올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삼성그룹 계열사라는 프리미엄이 시장의 투자자들에게 매력적으로 평가돼 왔던 만큼 삼성그룹의 지배력이 희석될 수 있다는 것이 알려지는 것은 불리할 수 있다는 말도 나온다.
콜옵션의 미공시는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기업가치 측면에서도 유리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콜옵션을 공시하게 되면 콜옵션 행사 가능성이 높다고 파악됐을 때 거액의 부채를 반영해야 하는데 이는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기업가치를 크게 떨어뜨리게 된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보유하고 있는 지분을 콜옵션 약정에 따라 바이오젠에 시장가격보다 싼 가격에 팔아야하는 의무가 있기 때문에 콜옵션과 관련한 ‘파생상품부채’를 재무제표에 반영해야 하는데 이는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부담요인이 됐을 수 있다는 것이다.
참여연대와 일부 정치권에서는 2015년 7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비율을 맞추기 위해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바이오젠의 콜옵션을 계상하지 않았다고 바라본다.
참여연대는 “합병이 이뤄진 뒤 콜옵션을 부채에 반영한 점은 ‘콜옵션 공시 누락’과 ‘합병 비율 왜곡’ 사이의 관련성을 강하게 암시한다”며 “검찰의 철저한 수사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참여연대는 1조5천억 원으로 추산되는 콜옵션 부채의 가치를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처음부터 반영했더라면 삼성물산 1주당 제일모직 0.35주로 제시된 합병비율이 나오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15년 말에 삼성바이오에피스를 관계회사로 전환하면서 콜옵션 부채를 재무제표에 반영했다.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은 2015년 1월부터 불거진 만큼 ‘2012년도의 주석공시 누락’을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까지 연관짓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최소한 합병 당시 주석공시가 누락돼 있어 삼성바이오로직스 가치가 왜곡됐다는 분석은 어느 정도 타당성이 있는 만큼 검찰 수사가 확대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비즈니스포스트 김현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