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보험상품 약관을 살펴보면 ‘암의 치료를 직접 목적으로 수술·입원·요양한 사례에만 암보험금을 지급한다’는 조항이 있다.
보험사들은 이런 약관조항을 근거로 암수술을 받은 뒤 요양병원에 입원했을 때 드는 비용에는 암보험금을 지급할 수 없다는 태도를 지켜왔다.
요양병원은 암을 직접 치료하는 곳이 아니고 환자들이 장기간 입원하면서 과잉진료를 받는 사례도 많아 암보험금의 직접적 지급대상으로 보기 힘들다는 것이다.
반면 암보험 가입자들은 수술과 항암치료에 따른 후유증 치료도 암보험금 지급대상으로 할 것을 요구하면서 관련된 민원이 급격하게 늘어나고 있다.
암보험에 관련돼 조정 중인 분쟁 건수는 6월 기준 950여 건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됐다. 한국소비자원에 들어온 민원도 2017년 673건으로 집계돼 2016년 588건보다 14.4% 증가했다.
이를 놓고 윤 원장은 9일 기자간담회에서 “암환자의 요양병원 입원 등 최근 제기되고 있는 민원이나 분쟁 현안에 공정하게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금감원은 보험사들에게 현재 약관에 따라 보험금을 지급할 수 있는 사항을 제출해 달라고 요청했다. 약관에 명시된 ‘암의 직접 치료’ 범위를 조정할 준비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금감원은 말기암이나 집중 항암치료를 받는 환자와 암 수술 직후 요양병원에 입원한 환자에게는 보험사가 요양병원 관련 비용을 보험금으로 지급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보험사는 금감원의 방침대로 요양병원 입원비 등을 보험금으로 지급하게 되면 손해율(전체 보험료와 비교한 지급 보험금의 비율) 상승에 따른 수익성 악화를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요양병원 입원비는 하루당 평균 18~20만 원으로 비싼 편이고 암환자의 생존율도 높아지고 있는 만큼 보험사의 비용 부담이 급격하게 늘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만기환급형 즉시연금도 비슷한 상황으로 보험사들에게 부담이 되고 있다.
윤 원장은 보험사에서 만기환급형 즉시연금과 관련해 아직 지급하지 않은 금액이 있다면 빨리 지급할 것을 압박하고 있다.
만기환급형 즉시연금은 보험에 가입할 때 보험료 전액을 먼저 내고 일정한 이율을 적용해 산정한 금액에서 관련 비용을 뺀 금액을 매달 연금으로 주는 상품이다.
윤 원장은 하반기부터 시행되는 일괄구제제도의 첫 사례로 2017년 11월 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에서 결정했던 삼성생명의 ‘즉시연금 미지급금’ 지급 결정을 적용하기로 했다.
일괄구제제도는 분쟁조정위의 조정 결정을 받은 신청자와 같은 유형의 피해를 입은 사람들도 동일한 보상을 한꺼번에 요청할 수 있는 제도를 말한다.
분쟁조정위는 삼성생명의 만기환급형 즉시연금 약관에 ‘연금을 지급할 때 만기보험금의 지급 재원을 뺀다’는 내용이 없던 점을 근거로 민원 신청자에게 누락된 연금을 지급할 것을 결정했다.
6월20일 한화생명에 제기된 비슷한 내용의 민원을 놓고도 지급되지 않은 금액을 민원 신청자에게 지급할 것을 통보했다.
금감원은 4월 다른 생명보험사들도 만기환급형 즉시연금과 관련해 누락된 연금을 가입자들에게 지급할 것을 지시했지만 보험사들이 미적미적한 태도를 보이자 윤 원장이 압박의 강도를 높인 것으로 보인다.
분쟁조정위의 지시에 따르면 생명보험사들은 삼성생명(4200억 원)과 한화생명(850억 원)을 포함해 전체 8천억 원 정도를 지급해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암보험 손해율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는 데다 즉시연금도 금감원의 뜻에 따르게 될 가능성이 높다”며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 등의 부담도 큰데 암보험과 즉시연금 문제가 새로운 악재로 떠올라 비상이 걸렸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