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차기 아이폰의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공급업체로 선정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왔다.
삼성전자는 애플과 특허소송을 벌이면서 대만의 TSMC에 애플 물량의 대부분을 내줬다. 하지만 TSMC와 기술경쟁에서 우위를 점해 애플을 주요 고객사로 다시 확보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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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기남 삼성전자 반도체총괄 겸 시스템LSI사업부 사장 |
이에 따라 시스템LSI사업부가 오랜 부진의 터널에서 벗어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22일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가 애플의 차기 프로세서 수주경쟁에서 TSMC에 승리할 것으로 점쳐진다.
IT전문매체 EE타임스는 “삼성전자는 올해 미세공정 경쟁에서 TSMC에 앞설 것”이라며 “이에 따라 TSMC에 대한 애널리스트들의 전망도 부정적으로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프랑스계 투자은행 BNP파리바도 최근 보고서에서 “TSMC가 애플의 차세대 프로세서인 A9에서 현재와 같은 높은 점유율을 유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TSMC는 세계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 시장에서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는 기업이다. 아이폰5S에 탑재된 프로세서 ‘A7’, 아이폰6과 아이폰6 플러스에 들어가는 ‘A8’ 물량 대부분이 TSMC에서 생산된다.
삼성전자도 애플 물량을 생산하고 있지만 특허분쟁을 치르기 전과 비교해 수량이 크게 줄었다.
하지만 새로운 아이폰에 탑재될 ‘A9’부터 이러한 구도가 바뀔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애플이 미세공정기술면에서 TSMC보다 앞선 삼성전자에 물량 대부분을 맡길 것이라는 설명이다.
TSMC는 지난해 말 16나노미터 공정기술을 적용한 제품의 위험생산에 돌입했다. 위험생산이란 본격 양산에 앞서 고객사에 공정의 안정성을 보여주기 위해 진행하는 시험생산이다.
반면 삼성전자는 이보다 진일보한 14나노미터 핀펫(FinFET) 공정이 적용된 제품양산을 순조롭게 진행하고 있다. 핀펫은 반도체 소자를 3차원 입체구조로 쌓아올리는 기술로 평면 반도체에 비해 성능이 높고 소비전력은 낮다.
두영수 삼성전자 시스템LSI사업부 상무는 지난해 3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14나노 핀펫 기술은 현재 만족스러운 수준”이라며 “핀펫공정이 적용된 제품을 이미 주요 고객사에 공급하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애플의 최대 고민은 아이폰의 배터리 수명을 늘리는 것”이라며 “소비전력이 낮은 삼성전자 제품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삼성전자가 애플 물량을 다시 확보할 경우 파운드리사업을 담당하는 시스템LSI사업부의 실적개선이 예상된다. 시스템LSI사업부는 지난해 삼성전자 스마트폰사업 부진 탓에 적자를 면치 못했다.
박유악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애플 등 주요 고객사의 칩을 양산하면서 시스템LSI사업부의 가동률이 상승할 것”이라며 “올해 큰 폭의 실적성장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삼성전자의 새로운 전략 스마트폰 ‘갤럭시S6’도 시스템LSI사업부 실적에 기여할 것으로 점쳐진다. 퀄컴의 최신 프로세서인 ‘스냅드래곤 810’이 발열문제를 일으키자 삼성전자가 자체 제작한 ‘엑시노스’만 탑재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김영찬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스냅드래곤 810의 발열문제와 함께 퀄컴과 가격협상도 원활하지 않았다는 주장이 제기되는 중”이라며 “삼성전자가 갤럭시S6에 엑시노스의 탑재율을 대폭 확대할 가능성이 매우 높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민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