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엔비디아의 인공지능 로봇 플랫폼 이삭(ISSAC) 개념도. |
엔비디아가 그래픽처리장치(GPU)의 새로운 미래를 인공지능에서 찾고 있다.
임지용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10일 “인공지능(AI) 딥러닝분야에서 그래픽처리장치(GPU) 수요가 확대되고 있다”고 바라봤다.
엔비디아는 1999년 세계 최초로 그래픽처리장치를 개발했다. 세계 그래픽처리장치시장에서 독보적 1위 기업으로 2017년 4분기 기준으로 주력 제품인 그래픽카드(외장 그래픽처리장치)시장 점유율이 73%에 이른다.
엔비디아는 그래픽처리장치분야에서 독보적 위치를 기반으로 지난해부터 올해 초까지 불었던 가상화폐 열풍의 수혜를 입었다. 가상화폐 채굴에 엔비디아의 그래픽카드가 사용되면서 수요 증가에 따라 그래픽카드의 판매 가격이 급등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그래픽카드의 가격이 급격하게 떨어지고 있다. 엔비디아의 프리미엄 그래픽카드 ‘GTX 1080TI’의 가격은 국내 최저가 기준으로 2월 131만 원에서 7월10일 93만9천 원까지 떨어졌다. 가상화폐 채굴을 포기한 중소 채굴업체들이 많아지면서 그래픽카드의 중고 물량이 급등하면 가격이 더 떨어질 가능성도 높다.
콜렛트 크레스 엔비디아 CFO는 5월 가상화폐 채굴과 관련된 2분기 매출이 65퍼센트 가까이 떨어질 것이라고 예측하기도 했다.
엔비디아의 그래픽카드가 게이밍 성능에서 경쟁사를 압도하고 있기 때문에 게임용 그래픽카드 수요는 견조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그래픽카드의 가격 자체가 하락하고 있는 상황에서 게이밍 관련 매출도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 엔비디아의 주력 제품이 게임용 그래픽카드인 만큼 실적을 놓고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인공지능 관련 그래픽처리장치시장의 성장은 엔비디아의 새로운 미래가 될 수도 있다.
엔비디아의 그래픽처리장치는 이미 많은 인공지능 관련 기업들의 러브콜을 받고 있다. 특히 자율주행 자동차분야에서는 세계 320여 개 업체들과 협력하고 있다. 엔비디아의 자율주행 자동차 관련 그래픽처리장치 매출은 2014년부터 2017년까지 연 평균 70%의 높은 성장률을 보였다.
SK텔레콤, 어도비, 아마존 등 국내외의 유명 기업들 역시 인공지능의 ‘딥러닝’기술을 위해 엔비디아와 협력하고 있다.
엔비디아는 인공지능 관련 기업들과의 협력을 넘어서 자체적으로 관련 기술 개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6월 대만에서 열린 세계 최대 컴퓨터 박람회인 컴퓨텍스 2018에서는 산업용 로봇에 인공지능을 구현할 수 있는 인공지능 로봇 플랫폼 ‘이삭’을 공개하기도 했다.
인공지능 기술에서 그래픽처리장치가 핵심 부품으로 떠오르는 이유는 중앙처리장치(CPU)를 대신하여 인공지능의 ‘두뇌’역할을 수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보통 컴퓨터의 두뇌 역할은 중앙처리장치가 담당한다. 중앙처리장치와 그래픽처리장치는 모두 입력된 데이터를 연산처리하는데 사용되는 부품이다.
중앙처리장치는 명령이 입력된 순서대로 차례차례 처리하는 ‘직렬 연산’ 방식을 사용한다. 하지만 그래픽처리장치는 입력된 명령을 한꺼번에 처리하는 ‘병렬 연산’ 방식을 사용한다. 단일 명령어를 처리하는 능력은 중앙처리장치가 압도적이지만, 여러 명령어를 한꺼번에 처리하는 능력은 수천 개의 코어를 장착한 그래픽처리장치가 훨씬 우수하다.
인공지능의 핵심이라고 불리는 ‘딥러닝’ 기술에서 컴퓨터는 여러 가지 연산을 한 번에 처리해야 한다.
예를 들어 자율주행 자동차에 장착되는 인공지능은 차를 운전하는 동시에 현재 교통 흐름을 파악하고 동선을 결정해야 한다. 돌발 상황에 대처해야함은 물론이다. 이렇게 많은 데이터들을 한 번에 처리해야 하기 때문에 인공지능의 두뇌로서는 그래픽 처리장치가 중앙처리장치보다 뛰어난 능력을 발휘한다.
인공지능과 관련된 그래픽처리장치시장의 규모는 계속해서 커지고 있다.
2020년까지 이 시장의 규모는 연 평균 56%씩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인공지능 기술은 자율주행 자동차, 대규모 데이터센터 관리, 사물인터넷(IoT) 등 미래 산업의 대부분 분야에서 필수적 기술로 꼽힌다. 엔비디아가 이 시장에서 그래픽처리장치의 미래를 찾는 이유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는 3월 미국에서 열린 엔비디아 개발자대회에서 “딥러닝에 사용되는 그래픽처리장치 발전 속도는 무어의 법칙(반도체 성능이 2년마다 두배로 증가한다는 예측)을 능가한다”며 “우리는 딥러닝에 올인(all-in)하고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윤휘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