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금융권에 따르면 수출입은행은 대외경제협력기금이 해외건설 수주의 마중물 역할을 맡고 있는 점을 감안해 지원 국가를 넓히고 기존 수출금융과 결합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대외경제협력기금은 기획재정부에서 재원을 마련해 수출입은행에서 위탁운영하는 유상원조기금이다. 수출입은행이 개별 국가의 신청을 받아 사업을 심사한 결과를 바탕으로 개발도상국의 인프라 건설에 쓰일 자금을 금리 연 0.01~2.5%에 20~40년 기간으로 빌려주는 방식이다.
수출입은행은 개발도상국의 인프라 건설에 대외경제협력기금을 지원하는 조건으로 한국산 원자재의 사용이나 한국 기업의 참여를 포함시켜 국내 회사들을 지원하는 방안으로도 쓰고 있다.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국내 회사들은 4일 기준으로 175억 달러(1만2659건) 규모의 해외건설을 수주했다. 수주액은 2017년 같은 기간보다 8% 늘었지만 수주 건수는 2% 줄었다.
해외건설 수주액이 2015년 461억 달러에서 2016년 282억 달러로 떨어진 뒤 2017년 290억 달러에 머물렀던 것까지 감안하면 여러 해에 걸쳐 부진이 이어지고 있다.
이를 감안해 수출입은행은 기존의 동남아시아에 더해 중남미와 아프리카 등 인프라 건설시장이 빠르게 커지고 있는 지역으로 대외경제협력기금의 지원범위를 넓히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국내 회사들이 4일까지 확보한 2018년 누적 해외 수주 물량과 전년 대비 성장폭을 지역별로 살펴보면 아시아 92억 달러(41.5%), 아프리카 53억 달러(307.6%), 중남미 69억 달러(213.6%)에 이른다.
은성수 한국수출입은행장은 3일 기자간담회에서 대출과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등 수출금융과 대외경제협력기금을 결합해 국내 회사의 해외 수주를 지원할 방침을 내놓았다.
수출입은행이 대외경제협력기금으로 재원을 빌려줬고 수출금융도 지원하는 이집트의 ‘나가 하 마디-룩소르 사이 철도신호 현대화사업’을 한국철도시설공단 컨소시엄이 따낸 사례처럼 앞으로 지원을 더욱 늘리겠다는 것이다.
은 행장은 5월에도 ‘2018년 대외경제협력기금 지원전략 설명회’에서 “수출입은행이 대외경제협력기금을 매개로 신흥 시장의 개척에 적극 앞장서 한국 기업이 수주절벽을 벗어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중국과 일본 등에서 해외건설 수주를 대규모 공적개발원조(ODA)로 뒷받침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수출입은행도 대외경제협력기금 예산을 더 늘려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수출입은행은 2018년 대외경제협력기금 예산을 2조 원으로 책정했는데 2017년 1조6천억 원보다 25% 늘었지만 중국과 일본의 수출신용기관(ECB)에서 진행하는 공적개발원조와 비교하면 경쟁이 되지 않는 적은 규모로 파악된다.
수출입은행에서 2017년 내놓은 ‘한국의 개발협력’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수출입은행은 2015년에 해외 대출 800억 달러를 집행했고 전 세계 국가 49곳에서 진행하는 프로젝트 1천 개 이상에 투자를 지원하고 있다.
일본은 2017년에 114억7천만 달러를 공적개발원조로 사용해 한국(22억 달러)을 크게 앞질렀다. 이 금액은 대외경제협력기금 형태와 무상원조까지 포함한 것으로 일본은 국제협력기구(JICA)와 국제협력은행(JBIC) 등을 통해 매년 지원예산을 크게 늘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출입은행은 해외사무소 24곳을 2020년까지 22곳으로 줄이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는데 대외경제협력기금을 통한 수주 지원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2018년 초에 가나 아크라의 해외사무소 문을 닫는 방안을 검토하다가 가나 정부에서 폐쇄 철회를 요청하는 서한을 보내 취소된 사례도 있다.
수출입은행 관계자는 “대외경제협력기금 규모가 선진국과 비교하면 크지 않지만 점진적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고 한꺼번에 많이 늘리려면 국민적 합의도 필요하다”며 “해외사무소 축소는 조직 슬림화 차원에서 추진하고 있지만 한동안 현재 규모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