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정 기자 hyunjung@businesspost.co.kr2018-07-03 16:5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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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사들이 해외 신종자본증권을 통해 새 국제회계기준(IFRS17)에 맞게 자본 확충에 나서지만 여의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 금리가 지속적으로 상승하면서 조달금리가 높아져 앞으로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하는 보험사들은 이자 부담이 더욱 커질 가능성이 높다.
▲ 강승건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3일 “국내 보험사들이 해외 신종자본증권을 많이 발행하면서 가산금리(스프레드)가 확대되고 있어 조달금리 부담이 커지고 있다”이라고 말했다.
강승건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3일 “보험사들이 새로운 국제회계기준에 대비해 후순위채 또는 신종자본증권으로 자금을 확보하려고 한다”며 “하지만 국내 보험사들이 해외 신종자본증권을 많이 발행하면서 가산금리가 확대되고 있어 조달금리 부담이 커지고 있다”고 파악했다.
보험사들은 2021년 도입하는 새 국제회계기준(IFRS17)과 신지급여력제도(K-ICS)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해외 신종자본증권을 통해 자본을 확충했다.
새 국제회계기준 아래에서는 보험부채가 원가가 아닌 시가로 평가돼 보험사들의 부채가 급증하기 때문에 보험사들은 자본을 늘려 재무건전성을 확보하려 하고 있다.
특히 해외에서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하는 것이 다른 방안보다 유리한 점이 많아 지난해부터 많은 보험사들이 해외에서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해왔다.
2017년 6월 금융위원회가 ‘보험업감독규정 및 보험업감독업무시행세칙’을 개정해 신종자본증권을 통한 재무건전성 확보를 허용한 뒤 2017년 7월 교보생명을 시작으로 모두 6건의 신종자본증권 발행이 있었다.
그 가운데 현대라이프생명이 두 차례에 걸쳐 국내에서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했고 나머지는 모두 해외에서 진행했다.
교보생명은 국내 생명보험사 가운데 최초로 해외에서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했는데 계획보다 11배 많은 수요자가 몰렸다. 흥국생명은 국내 하위권에 속하는 보험사이지만 5억 달러 모집에 7억 달러 이상의 수요가 접수됐고 한화생명도 10억 달러를 모으는 데 16억 달러 규모의 수요가 모였다.
하지만 최근 미국 금리가 올라가면서 신종자본증권이 국내 보험사들의 자본 확충 대안에서 멀어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임준환 보험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최근 미국금리가 오르고 있는데 한국과 미국의 금리 차이가 확대된다면 해외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했을 때 들어가는 조달비용이 잠재적 편익보다 많아 보험사들의 신종자본증권 발행 유인이 약화될 수 있다”며 “투자운용이익률을 초과하는 이자는 재무부담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바라봤다.
교보생명은 7월 안에 최대 10억 달러(약 1조2천억 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을 해외에서 발행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5월부터 이를 추진했지만 결국 보류하기로 했다.
교보생명 관계자는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해외 채권금리가 이미 많이 올랐다”며 “금리가 더 오르기 전에 유리한 조건으로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하려 한 것인데 지금과 같은 시장 상황에서는 추진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KDB생명은 5월 해외 신종자본증권 발행에 성공해 2140억 원 규모의 자본을 확충했지만 금리가 7.5%로 결정돼 시장의 우려를 낳기도 했다.
장효선 삼성증권 연구원은 “KDB생명이 5월 발행한 해외 신종자본증권의 부담금리가 7.5%에 이르고 3분기에 발행하기로 계획을 세운 현대해상 등 우량회사들도 5% 이상의 금리를 부담해야 할 가능성이 높다”며 “시장에서는 금리가 지나치게 오르면서 역마진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임 연구원은 “보험사들은 금리 상승 기조가 계속되면 추가적으로 자본을 확충하는 데 어려움에 직면할 수 있다”며 “다른 대안을 마련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현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