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정부가 미국 기술기업에 대한 해외 자본의 투자 규제를 중국뿐 아니라 다른 국가에도 폭넓게 적용할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

인공지능과 전장부품 등 신사업 경쟁력 확보를 위해 미국 IT기업에 투자를 늘리고 있는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한국 기업도 규제의 벽에 부딪힐 수 있다.
 
삼성전자 LG전자, 트럼프의 미국기업 투자제한에 영향받을까 촉각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스티븐 므누신 미국 재무부 장관은 25일 개인 트위터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대신해 말하자면 월스트리트저널이 보도한 투자 제한 규제에 관한 내용은 가짜 뉴스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이날 관계자를 인용해 트럼프 정부가 산업적으로 중요한 기술을 보유한 미국 기업에 중국 자본의 투자를 제한하는 새 무역 규제를 검토중이라고 보도했다. 

보도가 나온 뒤 미국 IT기업 주가가 일제히 큰 폭으로 떨어지는 등 여파가 확산됐다.

하지만 므누신 장관이 이 보도를 가짜 뉴스라고 지적한 것은 중국을 상대로 한 투자 제재가 없을 것이라는 의미와 거리가 멀다. 그가 "중국에 특정된 것이 아니라 미국 기술을 훔치려 하는 모든 국가에 해당되는 발표가 나올 것"이라고 덧붙였기 때문이다.

오히려 전 세계를 상대로 한 더 강도 높은 보호무역 조치가 검토되고 있다는 점을 암시한 셈이다.

트럼프 정부의 투자 제한대상에 한국 기업들도 포함된다면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IT기업이 특히 큰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삼성전자는 미국 신생기업에 투자하고 협력을 추진하기 위한 미국 실리콘밸리 전략혁신센터와 삼성넥스트 등 전담조직까지 두며 인공지능 등 신사업분야에서 미국 기업의 기술과 인력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자동차 전장부품업체 하만을 9조 원 안팎의 거액에 인수해 전장분야 신사업 진출 발판을 마련한 뒤 삼성전자는 인수합병을 통한 성장 전략을 이어갈 것이라고 자신하고 있다.

LG전자도 최근 신사업인 인공지능과 로봇분야에서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미국 로봇업체에 약 300만 달러를 투자했고 지속적 투자 확대계획을 내놓았다.

LG그룹 미국 벤처투자 계열사인 LG테크놀로지벤처스는 최근 미국에서 투자 전문가들을 대거 채용해 신생기업 투자 및 인수합병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삼성전자 LG전자, 트럼프의 미국기업 투자제한에 영향받을까 촉각

▲ 미국 캘리포니아의 삼성전자 전략혁신센터.


하지만 트럼프 정부의 규제로 한국 기업들이 미국 기술기업에 투자하기 어려워지면 신사업분야에서 비교적 후발주자로 경쟁력을 확보하기는 쉽지 않게 된다.

전자업체뿐 아니라 삼성SDS와 같은 IT업체, SK하이닉스와 같은 반도체기업도 미국 기술기업에 투자하거나 인수합병을 통해 서버 관련한 사업에서 경쟁력을 키우는 효과를 봤다.

그런 점에서 트럼프 정부가 중국뿐 아니라 IT업계에서 경쟁력을 인정받고 있는 한국 기업들을 견제하기 위해 보호무역 조치의 강도를 높이고 있다는 분석도 일각에서 나온다.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정책국장은 25일 CNBC와 인터뷰에서 므누신 장관의 발언을 반박하며 "미국을 방해하지 않는 국가를 상대로 투자 규제를 도입할 가능성은 논의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새라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나바로의 인터뷰 뒤 CNBC를 통해 "므누신 장관의 말과 같이 모든 국가를 대상으로 한 조치가 논의되고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