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상회담이 12일 열린다.
미국은 분명한 비핵화를, 북한은 확실한 체제보장을 얻어내려 한다. 미국과 북한은 각자 원하는 것을 얻고 이를 되돌릴 수 없는 성과로 만들기 위해 치열한 수싸움을 할 것으로 보인다.
▲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
12일 싱가포르 카펠라호텔에서 열리는 북미 정상회담에서 미국은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 비핵화(CVID)를, 북한은 체제보장을 목표로 삼을 것으로 예상된다.
백악관은 5월10일 성명을 통해 북미 정상회담의 최우선 과제가 CVID임을 밝혔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한때 CVID보다 진전된 영구적이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 비핵화(PVID)를 제시하면서 논란이 되기도 했다. 하지만 미국은 이후 공식적으로 CVID가 목표라고 여러 차례에 걸쳐 확인하면서 논란을 진화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11일 트위터에 “성 김 대사가 북한과 만난다”며 “우리는 한반도의 CVID에 전념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상회담을 하루 앞두고 CVID를 이루겠다는 의지를 확고히 한 셈이다.
미국은 CVID를 정상회담 합의문에 분명하게 밝히는 방안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북한이 이에 거부감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져 명확한 문구를 담을지 아니면 다른 표현을 사용하게 될지는 미지수다.
다만 북한이 전향적으로 CVID를 받아들일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조선중앙통신이 11일 처음으로 북미 정상회담을 보도한 데서 그 가능성이 점쳐진다.
조선중앙통신은 “조선반도의 항구적이며 공고한 평화체제를 구축하기 위한 문제와 조선반도 비핵화를 실현하기 위한 문제들에 대한 폭넓고 심도 있는 의견이 교환될 것”이라고 전했다.
북한이 CVID를 받아들인다면 그 대가로 체제보장을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 언론 등에서 CVID에 견주어 영구적이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 체제보장(CVIG)라는 표현을 사용하기도 한다.
북한이 가장 원하는 것은 경제지원 등이 아니라 체제보장이라는 점은 김계관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의 담화에서 드러났다.
김 부상은 5월16일 북미 정상회담을 다시 고려할 수 있다면서 존 볼튼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거론한 리비아식 핵포기 방식을 강하게 비판했다. 리비아는 핵을 폐기한 이후 다국적군의 지원을 받은 반군에 의해 정권이 무너졌다.
일단 트럼프 대통령도 북한의 체제를 보장하겠다는 뜻을 나타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5월17일 리비아는 북한 모델이 아니다”며 “우리가 만나서 결론이 나온다면 김 위원장은 강력한 보호를 얻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CVID와 체제보장은 양쪽에서 각각 포기할 수 없는 마지노선인 만큼 합의문에 이런 조건이 어떤 형식으로 담길지가 초유의 관심사다.
북미 정상회담 합의문의 초안 조율은 성 김 필리핀 주재 미국 대사와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이 맡고 있다.
이들은 11일 싱가포르 리츠칼튼 호텔에서 마지막으로 정상회담 의제를 조율했다. CVID와 체제보장을 서로가 원하는 수준에서 교환하기 위한 논의가 오갔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회담 전후 이들은 무표정에 침묵으로 일관해 회담의 성패를 가늠하기가 어렵다.
10일 로이터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정상회담 당일 오후 2시에 싱가포르를 조기 출국할 것이라는 보도가 나오면서 결과는 더욱 예측하기 힘들어졌다.
미국과 북한이 만족스러운 합의를 이룬다면 이를 담보하기 위한 종전 선언이 이뤄질 수 있다는 가능성도 나온다. 종전 선언은 상징적 의미뿐 아니라 서로 적국이 아닌 상대국으로 신뢰를 증진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8일 “북미 정상회담에서 종전 선언에 서명할 수도 있으며 북측과도 그렇게 얘기하고 있다”고 말해 종전 선언에 기대감을 높였다.
당초
문재인 대통령이 싱가포르에 합류해 남북미 정상 세 사람이 종전 선언을 하는 그림이 유력하게 떠올랐다. 하지만 10일까지 문 대통령은 싱가포르 초청을 받지 않아 사실상 무산된 것으로 보인다.
자연히 종전 선언 역시 이번 회담이 아닌 후속 일정에서 이뤄지리라는 의견도 나온다. 문 대통령이 아니라 남관표 국가안보실 2차장이 10일 싱가포르로 출국한 것도 북미 정상회담 이후를 준비하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