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병현 기자 naforce@businesspost.co.kr2018-05-23 15:5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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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전자가 새 스마트폰 ‘G7씽큐’를 내놓은 뒤 일부 휴대폰 유통점에서 불법 보조금이 살포되고 있다.
G7씽큐 출시 뒤 번호이동도 급증하면서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이통3사의 보조금 경쟁이 치열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 서울의 한 휴대폰 유통점.
23일 업계에 따르면 온라인 판매점과 서울 신도림 테크노마트 등 집단상가에서는 G7씽큐 실제 구매가격이 현금 완납을 조건으로 33만 원까지 떨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18일 출시된 G7씽큐(64GB)의 출고가가 89만8700원인 점을 고려하면 단말기 가격이 56만 원 이상 내려간 셈이다.
KT에서 월 10만 원대 요금제로 G7씽큐를 구입하면 받을 수 있는 공시지원금은 최대 24만7천 원이다. 여기에 유통점이 주는 추가지원금(공시지원금의 15%)까지 받는다고 해도 단말기 값으로 최소 60만 원을 내야 한다.
하지만 페이백(공식 보조금 외에 현금을 추가로 주는 것) 등의 방식으로 30만 원 정도의 불법보조금이 살포되고 있는 것이다.
불법보조금은 일반적으로 통신사가 유통점에 지급하는 판매장려금(리베이트)을 통해 지급된다. 판매장려금은 한번 정하면 일주일 동안 유지해야 하는 공시지원금과 달리 실시간으로 조정할 수 있어 통신사가 가장 많이 활용하는 마케팅 수단이다.
불법보조금이 기승을 부리면서 번호이동도 급증했다.
21일 이통3사 사이의 번호이동은 2만20건으로 최근 평균 번호이동 건수보다 2배가량 증가했다.
이날 SK텔레콤 가입자는 603명, KT는 216명이 순감한 반면 LG유플러스 가입자는 819명 순증했다. G7씽큐 출시와 더불어 LG유플러스가 공격적 마케팅을 펼쳤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SK텔레콤은 올해 초 판매장려금을 방송통신위원회의 가이드라인인 30만 원 이하로 유지하기로 하고 보조금 경쟁에서 손을 떼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번호이동 규모가 축소되고 있는 만큼 불필요한 출혈경쟁을 하지 않겠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SK텔레콤이 가입자 이탈을 막기 위해 다시 보조금 경쟁에 뛰어들 가능성이 제기된다.
▲ LG전자 'G7씽큐'.
1월1일부터 5월19일까지 SK텔레콤에서 경쟁사로 옮긴 이동통신 가입자는 SK텔레콤으로 이동한 가입자보다 2만3798명 많았다. 반면 같은 기간 LG유플러스는 번호이동으로만 가입자가 1만9772명 순증했다.
계속된 가입자 이탈은 SK텔레콤의 무선사업 실적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SK텔레콤은 1분기에 무선사업에서 영업수익 2조5689억 원을 내 2017년 1분기보다 4.6% 감소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SK텔레콤이 보유한 이동통신 가입자는 5G 시대에 SK텔레콤의 가장 중요한 경쟁력으로 부각될 것”이라며 “SK텔레콤이 가입자 이탈을 막기 위해 판매장려금을 풀기 시작하면 통신시장의 보조금 과열 양상이 다시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방통위의 제재가 SK텔레콤 등이 보조금 경쟁을 펼치는 데 제약이 될 수 있다.
방통위는 1월 이통3사에게 ‘갤럭시S8 보조금 대란’ 사태를 조장한 책임을 물어 과징금 506억3900만 원을 부과했다. 21일에는 통신시장의 불법보조금을 감시하는 ‘단말기유통조사단’의 활동기간을 기존 2018년 5월에서 2020년 5년까지 2년 연장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