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석현 중앙일보 회장이 메가박스를 놓고 고민에 빠졌다.
중앙일보 계열사인 제이콘텐트리가 2대주주로 있는 메가박스는 중국계 투자회사인 오리엔트스타캐피털 컨소시엄에 매각을 앞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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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석현 중앙일보 회장 |
제이콘텐트리는 메가박스를 인수할 여력은 없지만 지분을 처분하려니 상당한 수익을 포기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제이콘텐트리가 재무적투자자를 유치해 메가박스 인수에 나설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제이콘텐트리는 최대주주와 인수대상자 사이의 메가박스에 대한 주식매매계약을 승인하지 않고 일단 시간벌기에 나섰다.
업계 관계자들은 제이콘텐트리가 재무적투자자를 모아 메가박스 인수에 참여할 것으로 전망한다.
홍세종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이날 “재무구조를 감안했을 때 재무적투자자 이외의 시나리오는 상정하기 어렵다”며 “5천억 원 또는 그 이하의 가격에 재무적투자자가 지분에 참여해 재무건전성을 유지하는 것이 가장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맥쿼리펀드는 최근 오리엔트스타캐피털 컨소시엄과 메가박스 지분에 대한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했다.
맥쿼리펀드는 메가박스 지분 50%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오리엔트는 지분 100% 인수가로 5150억 원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제이콘텐트리는 메가박스 지분 46.31%를 소유하고 있다. 제이콘텐트리는 2대주주로서 맥쿼리펀드의 지분에 대한 우선매수권을 행사할 권리를 보유하고 있다.
시장에 알려진대로 매각가격이 형성됐다면 제이콘텐트리가 맥쿼리펀드 지분을 획득하는데 필요한 자금은 2575억 원선이다.
제이콘텐트리가 한 달 안에 우선매수권을 행사하지 않을 경우 맥쿼리펀드와 함께 지분을 동반 매각하게 된다. 이 경우 반대로 2400억 원 가까운 자금을 확보할 수 있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제이콘텐트리는 맥쿼리펀드에 주식매매계약 효력을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을 통보할 것으로 알려졌다.
제이콘텐트리는 오리엔트스타캐피털 컨소시엄의 자금조달 경로가 불확실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오리엔트스타캐피털은 자금의 15%만 제공하고 나머지 85%는 전략적투자자가 부담하는 데 전략적투자자의 실체가 공개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제이콘텐트리가 메가박스 인수를 두고 시간벌기에 나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만큼 제이콘텐트리로서 메가박스에 대한 결정을 내리기 쉽지 않다는 이야기다.
제이콘텐트리에게 메가박스 매각은 재무 건전성을 높일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제이콘텐트리는 9월 말 기준 부채총계가 3154억 원으로 부채비율이 184.5%에 이른다. 메가박스 지분 매각으로 2천억 원 이상의 자금을 수혈한다면 상당한 재무구조 개선을 기대할 수 있다.
그러나 제이콘텐트리가 최대주주와 함께 지분 동반매각을 선뜻 결정하지 못하는 것은 메가박스가 제이콘텐트리의 주요 수익원이기 때문이다. 메가박스는 제이콘텐트리 영업이익 3분의2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여기에 제이콘텐트리가 승계구도에서 중요한 위치에 있는 것도 감안해야 한다. 홍석현 중앙일보 회장이 제이콘텐트리 지분 10.02%를 보유하고 있어 개인최대주주이고 홍 회장의 장남 홍정도 JTBC 부사장도 지분 1.42%를 소유하고 있다.
홍정도 부사장은 지주사인 중앙미디어네트워크와 중앙일보 지분을 보유하고 있지 않아 앞으로 그룹 승계 과정에서 제이콘텐트리가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지난 16일 인사에서 홍 부사장의 부인 윤선영씨가 제이콘텐트리 전략기획실장으로 발탁된 것도 주목되는 부분이다.
이런 상황에서 제이콘텐트리가 주요 수익원을 포기하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문제는 제이콘텐트리가 우선매수권으로 맥쿼리펀드 지분을 인수할 여력이 없다는 점이다. 9월 말 기준으로 제이콘텐트리의 현금과 현금성자산은 467억 원 수준이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