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아 전 부사장의 이른바 '땅콩 회항'파문으로 여론의 질타를 받고 있는 대한항공이 국제선 여객 점유율이 사상 처음 20%대로 떨어지는 수모를 겪었다.
대한항공은 국적기 프리미엄과 독점노선 혜택을 누리며 고가 항공요금을 책정했는데 최근 중국항공사 등 외국항공사와 저비용항공사의 약진에 맥을 못추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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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
26일 국토교통부와 한국항공진흥협회에 따르면 대한항공의 올해 11월 말 기준 국제선 여객 점유율은 29.3%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 32.6%에서 3%포인트 가까이 떨어진 것으로 2년 연속 하락한 것이다. 대한항공의 국제선 점유율이 30%대 밑으로 내려앉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12월 실적을 반영할 경우 이는 더 떨어질 것으로 관측된다.
대한항공의 국제선 점유율이 이처럼 하락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저비용항공사(LCC)와 외국항공사의 약진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중국 관광객이 크게 늘고 있는데도 대한항공은 국제선 여객실적은 감소하고 있다.
국제선 승객은 2012년 1698만 명이었으나 지난해 1664만 명으로 줄었고 올해는 11월까지 1523만 명을 기록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0.5% 감소했다. 대한항공은 국내 7개 항공사 가운데 ‘나홀로’ 승객이 줄었다.
저비용항공사는 2012년 이후 중국, 일본, 동남아 등으로 국제선 노선을 늘리며 2002년 7.5%에 머물던 국제선 점유율을 올해 처음 10%대로 끌어올렸다. 올해 11월까지 저비용항공사의 국제선 점유율은 11.4%에 이르고 있다.
외국 항공사 점유율도 2012년 33.3%였으나 올해 11월까지 37.4%로 늘면서 대한항공의 점유율을 넘어섰다.
업계 전문가들은 대한항공이 국제선 점유율에서 고전하는 이유로 중국 항공사들의 성장과 일본승객의 감소를 꼽는다.
중국남방항공과 중국동방항공, 중국국제항공 등 중국항공사는 여객수가 2012년 288만 명에서 2013년 317만 명으로 9.7% 늘었고, 올해는 11월까지 356만 명으로 12.3% 증가했다. 대한항공이 늘어난 중국 여행객을 잡지 못했다는 뜻이다.
대한항공이 국적 항공기로서 독점적 지위를 누리며 항공요금이 비싼 점도 국제선 점유율 하락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26일 G마켓 항공권 예약 사이트에서 12월31일 출발 3개월 오픈 기준 인천-뉴욕간 왕복 항공권을 직항 조건으로 검색해 보면 대한항공 항공권은 208만6300원으로 조회됐다. 아시아나는 163만4600원, 유나이티드항공 124만1100원, 델타항공 164만5900원이었다.
물론 항공권 요금은 출발시간 등 조건이 다르기 때문에 일괄적으로 가격을 비교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그러나 대체로 대한항공 항공요금은 국적기 프리미엄을 누리며 외국 항공사에 비해 가격이 높다는 것이 정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특히 저비용항공사가 취항하지 않는 국제선 노선의 항공요금일수록 가격차이가 더욱 심한 편이다.
올초 시장조사전문기관 마크로밀엠브레인이 최근 3년 이내 비행기 탐승 경험이 있는 전국 성인남녀 1천 명 대상 조사에서 승객 가운데 61.7%가 대항한공과 아시아나항공에 대해 비싼 항공요금을 불만사항으로 들었다.
같은 조사에서 승객 가운데 53.8%는 비행기 선택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로 가격을 꼽았다. 특히 단거리 여행 때 저비용항공사를 이용하는 것이 현명하다고 대답한 사람은 76.2%에 이르렀다.
대한항공은 독점 노선일수록 비싼 항공요금을 책정한다. 지난해 11월 국정감사에서 대한항공은 올해 4월까지 독점해 온 인천-울란바토르간 노선에서 같은 거리의 다른 노선에 비해 최대 42%(29만 원) 비싼 운임을 받아온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변재일 민주당 의원은 대한항공이 이 구간에 대해 국토교통부의 승인을 받은 1999년부터 14년 동안 독점운항을 통해 연간 최소 141억 원의 이윤을 챙겼을 것으로 지적했다.
반대로 독점이 무너지면 가격경쟁으로 인한 항공요금 인하 가능성이 높아진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1996년부터 2003년까지 김포~제주 노선의 운임을 매년 2.5~19.2% 올렸다.
하지만 제주항공과 한성항공 등 저비용항공사가 논의되던 2004년부터는 요금을 동결했다.
업계 관계자는 “대한항공의 국제선 독점 노선이 줄어 외국항공사나 저비용 항공사와 경쟁구간이 늘면 지금처럼 국적기 프리미엄과 서비스 질을 내세워 비싼 항공요금으로 배짱영업을 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