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사건에 대한 검찰수사가 대한항공과 국토교통부의 유착을 파헤치는 데로 옮겨가고 있다.
서승환 국토부 장관은 “조사의 공정성과 객관성은 전혀 염려하지 않아도 된다”고 자신했는데 검찰의 칼날이 국토부를 향하자 곤혹스러워 하고 있다.
◆ 국토부 조사관 구속
조 전 부사장 사건과 관련된 조사 내용을 대한항공 임원에게 누설한 혐의를 받아온 국토교통부 김모 조사관이 26일 구속됐다.
|
|
|
▲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
김 조사관에 대한 구속전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담당한 서울서부지법 김한성 영장전담판사는 "피의자는 범행을 전면부인하지만 범죄혐의에 대한 소명이 있고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어 구속의 필요성이 인정된다"며 영장 발부사유를 밝혔다.
서울서부지법은 이날 대한항공에 국토교통부 조사내용을 누설한 혐의를 받고 있는 김모 조사관에 대한 영장실질심사를 벌였다.
검찰은 24일 김 조사관에 대해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로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김 조사관을 체포한 뒤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김 조사관은 대한항공 출신으로 이번 사건을 조사하면서 보고서 내용을 대한항공 여모 상무에게 전달하고 여 상무는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에게 문자로 보고한 사실이 확인됐다.
검찰에 따르면 김 조사관은 국토부 조사 시작 전날인 7일부터 14일까지 대한항공의 여 상무와 전화통화 30여 차례와 문자 10여 차례를 주고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김 조사관이 여 상무에게 전화통화로 국토부 조사보고서를 그대로 읽어줬고, 이 내용이 조현아 전 부사장에게 전달된 것으로 검찰은 파악하고 있다.
검찰은 또 김 조사관의 계좌로 대한항공 자금이 흘러들어 갔는지도 살펴보고 있다. 김 조사관은 대한항공에서 15년간 일해 여 상무와 친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졌다.
김 조사관은 “여 상무와 조사 차원에서 연락을 주고받은 것뿐”이라며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 무료 좌석 업그레이드 의혹 제기
대한항공이 국토부 공무원들에게 무료로 좌석 업그레이드를 해줬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참여연대는 26일 올해 초 유럽으로 해외출장을 간 국토부 소속 과장과 직원 2명, 산하 공기업 직원 등 5~6명이 대한항공으로부터 좌석 업그레이드 특혜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참여연대는 “당시 출장에 동행했던 공기업 직원으로부터 이들이 이코노미석을 1등석과 비지니스석으로 무료 업그레이드를 받았다는 제보를 받았다”고 밝혔다.
국토부는 이날 국토부 공무원들의 대한항공 좌석 특혜 논란에 대한 자체감사를 벌이기로 했다.
신은철 국토부 감사관은 이번 의혹이 조현아 전 부사장 사건의 봐주기 조사 논란과 별개라면서도 “사실 여부를 확인해 엄중조치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감사관실에서 항공안전감독관 등 공무원의 좌석 업그레이드를 지속적으로 적발하고 있다”면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등에도 국토부 직원들에게 좌석을 업그레이드해주지 말라고 공문을 보내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국토부 좌석 특혜 비리는 지난 9월 열린 국정감사에서도 지적받았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강동원 새정치민주연합의원은 당시 부산항공청과 항공교통센터에 근무하는 국토부 소속 공무원 4명이 2011~2012년 영국과 룩셈부르크 등을 가면서 관리감독 대상인 대한항공으로부터 좌석 부당승급의 특혜를 받은 사실을 공개했다.
본래 좌석은 120만 원 상당의 2등석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좌석 승급 혜택을 받아 346만 원짜리 좌석을 이용하며 226만 원가량의 특혜를 본 것이다.
|
|
|
▲ 서승환 국토교통부 장관 |
국토부 공무원행동강령 14조는 ‘공무원은 직무관련자로부터 금전, 부동산, 선물 또는 향응을 받아서는 안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국토부는 2012년 6월부터 ‘비리제로화 방안’을 발표하고 직무와 관련해 100만 원 이상 금품이나 향응(교통편의)을 수수한 경우 해임까지 가능하도록 하는 ‘원스트라이크 아웃제’를 시행하고 있다.
국토부는 당시 이들에 대해 경고 조치를 내리는 가벼운 처벌로 마무리했다. 원스트라이크 아웃제가 시행된 뒤 실제 해임된 공무원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승환 국토부 장관은 대한항공과 국토부의 관계를 문제삼아 이번 조사과정이 공정하지 않았다는 지적에 대해 전혀 문제될 것이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 왔다.
하지만 서 장관은 지난 22일 국회 현안보고에서 “국토부 조사 과정에서 여러 가지 부적절하고 공정성 훼손을 의심받을 만한 허술한 조사가 이뤄진 것은 사실"이라고 뒤늦게 시인했다.
◆ 국토부와 대한항공 유착, 피할 수 없나
국토부와 대한항공 사이의 유착이 근절되지 못하는 것은 구조적 이유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국토부 항공안전감독관 16명 가운데 14명이 대한항공 출신이다. 항공기의 안전문제를 책임지고 있는 운항자격심사관까지 확대하면 총 27명 중 21명이 대한항공 출신으로 알려졌다.
또 국토부 항공정책실 공무원 170명 가운데 47명(28%)이 한진그룹이 설립한 ‘정석인하학원’ 출신인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이런 인적 구성이 불가피하다는 지적도 일부에서 나온다.
국토부 관계자는 “감독관은 국제기준에 적합한 전문성과 실무경험이 필요하므로 항공사에서 뽑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국내 최대 항공사인 대한항공에서 퇴직자가 많이 나오는 만큼 어쩔 수 없는 구성이라는 것이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