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이통3사가 통신요금 원가를 공개하라는 대법원 판결로 통신비 인하 압박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추진하고 있는 보편요금제 도입도 탄력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 박정호 SK텔레콤 대표이사 사장(왼쪽부터), 황창규 KT 대표이사 회장, 권영수 LG유플러스 대표이사 부회장. |
정지수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13일 “이번 판결을 계기로 LTE 서비스 통신비 원가 자료도 공개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며 “원가 공개가 통신비 인하정책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대법원은 12일 “이동통신 서비스는 전파와 주파수라는 공적 자원을 이용해 제공되고 국민 전체의 삶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에 통신비 원가를 공개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며 2005년부터 2011년까지의 2G, 3G 통신비 원가를 공개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참여연대는 이번 판결을 바탕으로 2011년 도입된 LTE 통신비 원가도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LTE 통신비 원가까지 공개되면 이통3사가 통신비를 내려야한다는 여론이 더 확산할 수 있다. 원가보다 통신으로 벌어들인 수익이 많으면 이통3사가 통신비를 인하할 여력이 충분하다는 점이 입증될 수 있기 때문이다.
녹색소비자연대는 2017년 9월 이통3사의 2016년 원가보상률이 100%를 넘었다고 발표했다. 이 단체가 확인했다고 원가보상률은 SK텔레콤은 112.1%, KT는 107.7%, LG유플러스는 102.8% 등이었다.
원가보상률은 통신으로 벌어들인 영업수익을 총괄 원가로 나눈 값을 말한다. 원가보장률이 100%를 넘어서면 투자대비 높은 수익을 낸다는 뜻이다.
게다가 대법원의 판결은 통신 서비스의 공공성을 인정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
과기정통부가 추진하고 있는 보편요금제 도입의 논리적 근거로 활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과기정통부는 올해 이동통신 데이터 요금을 2017년보다 18% 낮추겠다는 목표를 제시하고 6월에 보편요금제를 도입하는 법안을 국회에 제출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보편요금제는 월 2만 원대의 요금에 200분 음성통화, 1기가 데이터를 제공하는 것으로 현행 통신사 요금제보다 훨씬 싸다. 서비스 수준은 이동3사의 3만 원대 요금제와 비슷하다.
증권가는 보편요금제가 도입되면 이통3사가 연간 최소 2조 원가량의 손실을 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최근까지는 보편요금제가 도입되지 않을 가능성에 힘이 실렸다. 정부가 통신시장에 과도하게 개입하는 것이어서 위헌적이고 반시장적 정책이라는 지적이 많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판결로 통신서비스의 공공성이 확인돼 보편요금제 추진에 힘이 실릴 가능성이 커졌다.
정지수 연구원은 “대법원 판결로 정부가 통신비를 공공재 개념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며 “이번 판결이 보편요금제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하지만 통신비 원가 공개가 통신비 인하로 이어지기는 어려울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원가가 통신비를 책정하는 기준이 아니라는 것이다. 실제 통신요금 원가는 통신망 투자 초기 단계에는 높게 책정되지만 안정기로 접어들면 점차 낮아지게 되는 구조이기 때문에 원가와 통신비는 반드시 비례하지 않는다.
신은정 DB증권 연구원은 “통신요금 원가 공개만으로 추가적 통신비 인하 압박이 진행될 가능성은 낮다”며 “원가에 맞춰 통신비를 조정한다면 5G 투자 초기에는 통신비가 급등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