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증권이 직원의 실수로 '유령 주식' 배당 사태를 냈지만 증권가 전반의 시스템 결함이 더 근본적 문제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번 사태를 직원 개인의 실수로 볼 것이 아니라 삼성증권을 비롯한 증권회사 전반 시스템의 문제를 살펴보고 한국예탁결제원과 한국증권금융, 금융당국의 통제체계 문제로 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 9일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도증권가 모습. <뉴시스> |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삼성증권의 유령 주식 배당 사태의 원인은 개별 증권사 시스템 차원과 증권거래 전체 시스템 차원 등 둘로 나뉜다.
삼성증권을 포함한 개별 증권사 시스템의 문제는 우리사주 배당이 주식 배당이든 현금 배당이든 조합원 계좌에 들어가기 직전에 모두 증권사의 우리사주 관리 시스템에서 처리된다는 점이다.
주식 배당과 현금 배당이 한 곳에서 처리되면서 두 가지가 뒤바뀌는 오류가 발생한 것으로 분석됐다.
이에 더해 삼성증권은 현금 배당과 주식 배당의 입력창도 같아 직원의 입력 실수로 현금 배당이 주식 배당으로 쉽게 바뀔 수 있었다.
금감원에 따르면 4개 정도 중형 증권사가 삼성증권과 비슷한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그러나 체계는 같아도 직원들끼리 서로 확인하는 절차를 두거나 현금 배당과 주식 배당의 입력 시스템과 화면을 따로 운영하는 등 혼선을 줄이기 위한 노력을 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NH농협투자증권은 현금 배당을 급여지급의 방식으로 한다. 애초에 주식 배당과 현금 배당 사이의 혼선이 일어날 수 없다.
설령 주식 배당 과정에서 잘못이 일어나더라도 일반적으로는 우리사주 계좌에 보유 자사주 수가 일정 수준을 넘으면 자동으로 유입 차단 시스템이 작동한다. 삼성증권은 이 시스템도 작동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개별 증권사 시스템이 안고 있는 또 다른 문제는 우리사주 조합원에게 현금 배당을 할 때는 중간에 거치는 기관 없이 바로 증권사가 발행사로서 현금을 지급한다는 점이다.
다른 일반 상장회사가 발행사로서 현금 배당을 할 때는 증권사를 중개업자로 한번 거쳐야 하기 때문에 실수가 발생해도 증권사에서 걸러질 수 있지만 증권사가 현금 배당을 할 때는 발행사 겸 중개업자이기 때문에 중간 검토기관이 전혀 없다.
이런 문제를 보완하기 위해 현금 배당은 보통 총무부, 인사부 등 회사 안 부서 결재를 받으며 내부적으로 검토 및 확인절차를 통과한다.
원승연 금융감독원 부원장은 “우리사주조합의 현금 배당은 배당소득세 비과세 혜택이 적용돼 별도의 과정을 통해 지급된다”며 “이때에도 예탁결제원 등을 거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직원의 실수에서 비롯됐지만 있지도 않은 주식이 입력 한 번으로 실제 주식으로 정상적 거래가 이뤄졌다는 점에서 총 발행주식 수 관리, 경고창 미비 등 주식거래 시스템 전체의 문제라는 지적도 나왔다.
원 부원장은 “결국은 존재하지 않은 주식이 발행되고 매매 체결까지 이루어지는 등 주식거래 시스템 전반의 심각한 문제가 노출됐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금감원의 책임론도 떠오르고 있다. 우리사주의 현금 배당에 중간기관의 감독이 없는 등 금감원 감독이 부실했다는 것이다.
금감원은 해마다 증권사를 비롯한 금융회사 업무 전반을 검사한다.
그러나 3월27일 금감원이 발표한 ‘2018년 금융투자회사 검사 기본계획 및 중점검사 사항’에 따르면 투자상품 판매행위와 영업행위에 감독의 초점이 맞춰졌고 증권사 내부 시스템 결함을 들여다보는 일은 상대적으로 간과됐다.
금융소비자원 관계자는 “감독당국이 이번 사건을 금융사에 요청하는 태도로 임해서는 안 된다”며 “금감원이 직접 강력하게 삼성증권을 통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이번 사건으로 국내 증권 거래 시스템의 허점을 이용한 범죄가 늘어날 수 있다”며 “금감원이 개별 증권사 책임만 묻지 말고 증권 관련 규정과 시스템을 모두 점검해야 한다”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