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증권이 배당 착오로 투자자들이 피해를 보면서 직원들뿐 아니라 경영진에게도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삼성증권은 잘못 지급된 주식을 내다판 직원 16명을 모두 대기발령하고 내부감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에 앞서 삼성증권은 6일 우리사주조합 주식의 배당금을 지급하는 과정에서 담당직원의 실수로 1주당 1천 원 대신 1천 주를 입력해 전체 28억1천만 주를 입고했다.
이렇게 주식을 받은 직원들 가운데 16명이 전체 501만2천 주를 시장에 팔아치운 사실이 확인되면서 ‘도덕적 해이’ 논란도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
삼성증권은 이 직원들을 강도 높게 문책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사건에서 나타난 직원들의 도덕적 해이로 시장의 신뢰를 크게 잃었기 때문이다.
이들은 모두 정직원이고 투자자에게 올바른 정보를 제공해야 하는 애널리스트(연구원)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사람이 350억 원 규모의 주식을 팔아치운 정황도 포착됐다.
몇몇 직원은 삼성증권에서 배당 착오를 인지해 6일 오전 9시45분에 전직원에게 매도 금지를 요청한 뒤에도 잘못 지급된 주식을 매도한 것으로 파악됐다.
삼성증권은 매도된 물량 501만2천 주를 다시 사들이는 데에 들어간 금액의 배상 책임을 잘못 지급된 주식을 매도한 직원들에게 물릴 것으로 예상된다.
이들이 삼성증권의 내부감사와 금융감독원의 현장검사 결과에 따라 점유이탈물 횡령죄로 기소될 수도 있다.
현행법상 다른 사람의 점유에서 벗어난 금품을 횡령하면 점유이탈물 횡령죄가 적용돼 1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는다.
삼성증권은 잘못 지급된 주식을 매도한 직원들과 별개로 배당금을 주식으로 잘못 입력한 담당 직원과 결재자인 부서장도 대기발령하고 문책을 검토하고 있다.
잘못 입고된 주식 규모만 113조 원에 이르고 두 사람이 5일에 입력 실수를 저지른 뒤 하루 동안 인지하지 못한 점을 감안하면 이들도 강도 높은 문책을 피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삼성증권 관계자는 “주식을 매도했던 직원들과 실수를 저지른 직원 등 18명이 현재 대기발령 상태”라며 “내부감사를 진행하면서 금감원의 현장검사도 충실하게 받고 모든 결과를 토대로 향후 사안을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삼성증권이 이번 사건으로 내부 통제 시스템 전반의 문제를 노출한 만큼 경영진도 문책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담당 직원의 실수를 시스템적으로 차단하지 못한 데다 직원들의 도덕적 해이와 관련해서도 윗선의 책임도 있다는 것이다.
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은 9일 출근길에 “삼성증권은 배당 담당 직원의 개인 실수라고 밝혔지만 우리가 파악하기로는 그보다 심각하다”며 “실수로 볼 수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원승연 금융감독원 자본시장 담당 부원장이 이날 브리핑에서 삼성증권 경영진의 사과가 없었다고 꼬집기도 했다.
구성훈 삼성증권 대표이사 사장이 8일 사과문에서 직원의 실수만 언급했다가 9일에는 “사장으로서 책임을 통감한다”며 태도를 바꾼 것도 이런 지적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초유의 사태라 선례가 없긴 하지만 배당이나 내부 통제를 담당하는 경영진이 문책 대상에 오를 수 있다”고 말했다.
이를 놓고 삼성증권 관계자는 “금감원이 증권업계 전반을 살펴보기로 한 만큼 임원들의 문책 여부도 검사 결과 등이 나오기 전에는 알 수 없다”며 말을 아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