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낸드플래시 핵심 사업분야인 기업용 SSD시장에서 해외 반도체기업들의 '연합군' 공세에 직명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기업용 SSD 1위 업체로 급부상하며 반도체사업에서 강력한 성장동력을 확보했는데 올해부터 경쟁사들이 기술 추격을 본격화하고 있어 안심할 수 없다.
6일 대만 디지타임스에 따르면 중국 국영 반도체기업인 칭화유니그룹은 올해부터 인텔에서 낸드플래시 반도체를 공급받는 계약을 최근 확정했다.
칭화유니그룹은 인텔의 낸드플래시를 SSD 저장장치로 만들어 공급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자체 반도체 기술 확보가 예정보다 늦어지자 사업 진출을 앞당기기 위해 인텔과 손잡은 것이다.
인텔은 중국 3D낸드 공장의 생산 규모를 연말까지 지난해의 2배 정도로 늘릴 계획을 세우고 있다. 칭화유니그룹에 물량을 공급하는 동시에 자체 SSD사업 확대에 충분한 생산능력을 확보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인텔은 주로 외부 반도체기업에서 낸드플래시를 받아왔지만 최근 마이크론과 협력으로 64단 3D낸드 공정 개발에 성공하며 자체 기술력을 확보하게 됐다.
이를 기반으로 올해부터 본격적 사업 확대에 나서며 중국업체와도 협력을 넓히고 있는 것이다.
미국 웨스턴디지털과 일본 도시바의 기술협력 성과도 가시화하고 있다. 웨스턴디지털과 도시바는 올해 64단 3D낸드 공정 기반 SSD를 함께 개발해 출시했다.
고용량 낸드플래시에 주로 사용되는 64단 3D낸드 공정은 SSD의 성능과 원가 효율을 크게 높일 수 있는 기술이다.
삼성전자는 64단 3D낸드 개발과 양산에 경쟁사보다 1년 이상 앞서 나간 효과로 지난해 SSD시장 점유율을 대폭 끌어올렸다.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 홈페이지의 분석결과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해 4분기 세계 기업용 SSD시장에서 약 42%의 점유율로 압도적 1위를 보였다.
인텔은 약 20%의 점유율로 2위에 올랐고 웨스턴디지털과 마이크론, 도시바가 모두 10% 안팎의 점유율로 뒤를 이었다.
지난해 1분기까지만 해도 삼성전자는 인텔에 밀려 2위를 차지했는데 64단 3D낸드 기반 SSD 판매량이 증가하며 순위가 단숨에 뒤바뀐 것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올해는 주요 경쟁업체들이 모두 기술협력의 성과로 64단 3D낸드 기반 SSD를 시장에 선보이며 추격에 나서는 만큼 점유율을 유지하기 어려워질 공산이 크다.
삼성전자는 올해 차세대 공정인 96단 3D낸드 제품을 선보일 계획을 세웠지만 기술 개발에 어려움을 겪으며 일정이 지연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증권분석지 마켓리얼리스트는 "삼성전자가 낸드플래시에서 경쟁업체와 큰 격차를 벌렸지만 최근 거센 추격을 받고 있다"며 "SSD시장을 중심으로 치열한 점유율 경쟁이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스마트폰과 PC 등 낸드플래시 주요 수요처였던 IT기기의 시장 침체로 반도체기업들은 일제히 성장성이 높은 기업용 SSD시장 공략에 온힘을 쏟고 있다.
삼성전자도 SSD시장에서 입지를 지켜내지 못하면 올해 낸드플래시사업에서 실적을 낙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 경쟁업체의 추격을 방어할 전략 마련에 고심할 것으로 보인다.
마켓리얼리스트는 "주요 반도체기업들의 경쟁이 치열해지며 올해 SSD 평균 가격이 하락세를 보일 가능성도 높아졌다"며 "상반기부터 공급 과잉이 본격화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