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ING생명 지분의 절반 이상을 쥐고 있는 사모펀드 MBK파트너스가 매각을 서두르기보다 더 많은 차익을 노리는 쪽으로 가닥을 잡고 있어 인수를 하고자 하는 쪽에서는 몸이 달아오를 수도 있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MBK파트너스는 ING생명의 지분으로 자본구조 재조정(리캡)을 실시해 최대 1조2천억 원 규모의 투자수익을 회수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ING생명의 지분을 담보로 잡아 대출을 일으키고 이 돈을 기존 투자자들에게 배당으로 먼저 지급하겠다는 뜻이다. 그만큼 내부 수익률을 올려 성과를 돋보이게 만들겠다는 심산이다.
MBK파트너스는 2013년 특수목적회사(SPC) 라이프투자유한회사를 통해 ING생명 지분 100%를 1조8400억 원에 사들였다. 라이프투자유한회사는 MBK파트너스의 100% 자회사다.
ING생명이 2017년 5월 상장되면서 라이프투자유한회사도 100% 주주는 아니게 되었지만 2018년 3월 기준 보유지분율 59.15%로 최대주주 자리를 지키고 있다.
MBK파트너스는 2016년에 1조1900억 원 규모의 자본구조 재조정을 했고 이번에도 또 같은 방안을 추진하면서 ING생명에 투자한 금액을 모두 회수하고 추가 수익도 얻게 됐다.
두 차례의 자본구조 재조정 규모만 합쳐도 최대 2조4천억 원이다. ING생명의 배당성향(순이익에서 배당금의 비중)도 2017년 57.8%에 이르러 MBK파트너스에 상당한 배당수익을 안겨줬다.
이 때문에 MBK파트너스가 ING생명 지분을 당장 팔지 않고 인수합병시장의 상황을 좀 더 지켜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자본구조 재조정을 통해 투자원금을 사실상 모두 회수한 만큼 ING생명에서 배당수익을 안정적으로 받으면서 향후 매각차익을 극대화할 방안을 찾는 데에 더 집중할 수 있다는 것이다.
ING생명은 2019년까지 배당성향을 50% 이상으로 유지할 방침을 세웠다. 이 배당성향 목표치는 국내 보험사를 통틀어 가장 높은 수준이다.
ING생명 주가는 현재 4만5천 원대에 머무르고 있어 최근 3개월 동안 종가 기준으로 최고점인 2월1일 6만2100원과 비교하면 27% 정도 낮다.
현재 주가도 상장 초기인 3만 원대 초반과 비교하면 상당히 높지만 MBK파트너스에서 주가가 고점 수준으로 회복되기를 기다릴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MBK파트너스가 올해 안에 ING생명 매각절차를 끝낼 수 있다는 시각도 여전히 만만찮다. 인수합병 이야기가 한 차례 떠오른 이상 주가가 더 오르는 것도 쉽지 않다는 것이다.
이남석 KB증권 연구원은 “ING생명 최대주주가 사모펀드라 언제든 지분을 매각할 수 있어 인수합병에 따른 수혜 기대는 현재 주가에 충분히 반영됐다”며 “최대주주 변경 여부가 가시화되면 지금껏 주가를 띄워줬던 배당정책이 계속 될지 여부에 관한 불확실성이 오히려 높아진다”고 분석했다.
ING생명 매각가격도 현재 주가 수준에서도 매우 높게 예상되고 있다. 라이프투자유한회사의 보유지분 59.15%에 시가를 적용하면 2조4천억 원 정도고 경영권 프리미엄 20~30%까지 감안하면 3조 원을 넘어설 수 있다.
유력 인수후보인 신한금융지주와 KB금융지주가 ING생명을 사들이는 데에 신중한 태도를 지키고 있는 것도 높은 인수가격 때문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ING생명이 2018년 안에 매각돼야 MBK파트너스가 가장 높은 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ING생명이 ‘ING’ 상표권을 2018년까지만 쓸 수 있기 때문이다.
MBK파트너스는 2013년 ING생명을 인수했을 때 본래 최대주주였던 네덜란드 ING그룹과 5년 동안 상표권을 쓸 수 있는 계약을 체결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ING생명이 2019년부터 쓸 새 상호 등을 준비하고 있지만 MBK파트너스의 매각차익을 극대화하려면 본래 브랜드를 유지하고 있을 때가 유리하다”며 “유력 인수후보들도 있고 브랜드 가치도 남아있는 2018년이 ING생명의 매각 적기라는 의견도 만만찮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