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보톡스(보툴리눔톡신)기업들이 해외시장 진출에 사활을 걸고 있다.
메디톡스와 대웅제약, 휴젤, 휴온스는 국내시장이 좁아지면서 미국과 중국 등 알짜시장을 먼저 차지하기 위해 속도전을 펼치고 있다.
▲ 정현호 메디톡스 대표(왼쪽)와 윤재승 대웅제약 회장. |
18일 업계에 따르면 현재 전 세계에서 보톡스를 만드는 회사 8개 가운데 무려 4곳이 우리나라에 있다.
메디톡스와 휴젤의 2파전에 대웅제약이 가세한 데다 마지막 주자인 휴온스 역시 국내 상용화를 눈앞에 두고 있다. 휴온스는 ‘휴톡스’의 국내 임상3상을 올해 마치고 내년 상반기에 출시한다는 계획을 세워뒀다.
국내시장 규모는 연간 1천억 원 수준에 불과한데 경쟁자가 넘쳐나다 보니 가격 전쟁은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새롭게 시장 진입을 노리는 후발주자도 한둘이 아니다.
이미 보톡스 균주를 확보했다고 공개한 회사만 프로톡스와 바이오씨앤디, ATGC, 제테마, 칸젠 등 벌써 5곳이고 진출을 저울질하는 회사까지 포함하면 30곳이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포화상태인 국내시장과 달리 해외시장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전 세계 보톡스시장 규모는 4조 원에 이르는데 2020년이면 7조 원까지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보톡스회사들이 해외 진출에 열을 올리는 것도 당연한 셈이다.
특히 주요시장인 미국과 중국을 두고 경쟁이 치열한데 메디톡스와 휴젤, 대웅제약 모두 아직은 문턱을 넘지 못했다.
미국은 전 세계 보톡스시장의 절반 이상을 점유하고 있는 최대 수요처다. 미국시장에서 어떤 위상을 갖추는가에 따라 글로벌 입지가 달라질 수 있다는 점에서도 전략적 중요도가 높다.
중국은 암시장 때문에 정확한 시장 규모를 짐작하기 어렵지만 업계에선 5천억 원 정도로 추산한다. 불법시장을 포함하면 8천억 원을 웃돌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미국보다 규모가 작다고는 해도 매년 두자릿수의 성장률을 보이고 있어 잠재력이 매우 크다.
현재 미국 진출에는 대웅제약의 ‘나보타’, 중국에서는 메디톡스의 ‘메디톡신(해외이름 뉴로녹스)’이 가장 앞섰다.
대웅제약은 미국 임상3상을 끝내고 미국 식품의약국(FDA) 심사결과만 남겨두고 있다.
메디톡스나 휴젤은 이미 국내보다 해외 매출비중이 크지만 대웅제약의 ‘나보타’는 수출 실적이 아직 미미한 수준이다. 그러나 증권가는 미국 진출에 성공하면 나보타 수출 규모가 지난해 20억 원 수준에서 내년 600억 원으로 뛸 것으로 바라보고 있다.
반면 중국에서는 올해 초에서야 나보타의 임상3상 계획을 승인받아 가장 뒤쳐졌다. 대웅제약이 보톡스 균주 출처를 두고 법적 공방을 벌이고 있는 경쟁사 메디톡스와 상황이 반대라고 할 수 있다.
메디톡스는 이미 중국에서 임상3상을 순조롭게 끝내고 시판 허가가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다.
문제는 미국이다. 메디톡스가 2013년 미국 엘러간과 액상형 보톡스 ‘이노톡스’의 판권계약을 맺은지 3년이 넘었는데도 여전히 임상3상을 시작하지 못했다.
다만 앨러간과 미국 의사들 사이에 벌어진 ‘이노톡스 고의 출시 지연’ 소송이 합의로 마무리된 만큼 상황이 달라질 수도 있다.
미국 의사들은 엘러간이 이노톡스 판권을 사들이고는 일부러 상업화를 지연시켰다며 2015년 엘러간을 고발했다. 시장을 독점해 환자에게 경제적 피해를 입혔다는 것이다.
엘러간은 소송 취하의 조건으로 145억 원을 지불하기로 최근 합의했는데 이를 계기로 이노톡스 임상3상 시작에 속도가 붙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합의 소식이 전해지면서 메디톡스 주가가 급등하기도 했다.
휴젤은 미국과 중국, 유럽 가운데 어느 곳에서도 아직 임상을 마치지 못했지만 3군데 모두에서 임상3상을 진행하고 있는 유일한 회사라는 점에서 주목받는다.
휴온스 역시 미국과 유럽 등 해외에서 ‘휴톡스’의 임상을 진행할 협력사를 찾고 있다. 휴톡스는 이미 중동과 일본, 동남아 등 보톡스의 임상이 필요 없는 지역으로 수출돼 연간 150억 원 정도 매출을 올리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보톡스는 소비자 인지도와 선호도가 중요해 시장 선점이 특히 중요하다”며 “글로벌시장에서 영업과 마케팅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고진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