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용비 기자 yblim@businesspost.co.kr2018-03-11 02:5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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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화폐 투자가 인기를 끌면서 중앙은행의 가상화폐 발행을 연구하는 나라들도 늘어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한국은행이 관련 분야의 연구를 진행하고 있지만 직접 가상화폐를 내놓을 가능성은 아직 낮아 보인다.
▲ 가상화폐 투자가 인기를 끌면서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가상화폐를 연구하는 국가들도 늘어나고 있다. 사진은 비트코인 모형주화.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베네수엘라 정부는 최근 세계에서 처음으로 정부가 직접 발행한 가상화폐인 ‘페트로’의 판매를 시작했다.
베네수엘라 정부는 3월19일까지 사전등록을 마친 투자자들에게만 페트로를 먼저 판매하며 남은 물량은 일반 국민들을 대상으로 경매를 통해 팔기로 했다.
정부 또는 중앙은행이 직접 발행하는 가상화폐는 민간 가상화폐와 구별하기 위해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Central Bank Digital Currency)’라고 부르기도 한다.
블록체인 기술에 기반을 두고 있는 점은 비트코인 등 민간 가상화폐와 같지만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만큼 가치가 일정하고 법정화폐로 사용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는 다르다.
법정화폐에 비해 송금 등에 들어가는 비용이 적고 실물이 없는 만큼 발행 비용도 거의 없다는 여러 장점이 있다.
특히 결제 시스템의 발전으로 사람들의 현금사용이 줄어들고 있는 만큼 법정화폐를 대체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런 '디지털화폐' 발행을 연구하는 나라들이 늘어나고 있다.
중국은 가상화폐 거래를 철저히 금지하고 있지만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의 디지털화폐 연구는 장려하고 있다.
중국의 지식재산권 전문매체인 IPR데일리에 따르면 지난해 블록체인 특허출원 순위에서 인민은행은 알리바바와 뱅크오브아메리카에 이어 3위에 올랐다.
현재 인민은행은 디지털화폐 발행 시스템을 개발하는 데 힘쓰고 있으며 중국의 핀테크 전문가인 양동 인민대 법학원 부원장은 경제매체 ‘금융계’와 대담을 통해 인민은행이 이르면 올해 하반기에 디지털화폐 발행을 시작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스웨덴 중앙은행인 릭스방크는 2016년부터 ‘이크로나(e-Krona)’라는 이름을 붙인 디지털화폐 발행을 연구하고 있다.
한국은행도 디지털화폐 발행 문제를 살펴보고 있다.
한국은행은 1월 가상화폐 공동연구 태스크포스(TF)를 만들면서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디지털화폐와 관련한 문제도 논의하기로 했다.
다만 우리나라에서 한국은행이 디지털화폐를 직접 내놓을 가능성은 아직 매우 낮다. 가상화폐 열풍이 초기 단계일뿐만 아니라 정부가 가상화폐는 화폐나 금융상품이 아니라는 입장을 강하게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윤성관 한국은행 팀장은 지난해 10월 한국재무학회 심포지엄에서 “현재 중앙은행이 디지털화폐를 발행해 국민들이 일상생활에 사용하기에는 해킹의 위험성 등 어려운 점이 많다”며 “이른 시일 안에 디지털화폐가 발행될 가능성은 낮으며 실제로 발행되더라도 은행 사이 거래나 중앙은행 사이의 거래 등에 특화된 지급수단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이대기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민간 가상화폐가 활용되고 모바일 결제 시스템이 확산하고 있는 만큼 우리나라도 중앙은행의 디지털화폐를 검토하고 설계와 운용을 심도있게 연구할 필요가 있다”며 “효율성뿐 아니라 금융 시스템과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나 익명성에 관한 소비자 선호 등도 함께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임용비 기자]